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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범현 초대감독, 신생 kt 위즈에 어떤 색깔을 입힐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8-02 10:40


"빠르고 공격적인, 재미있는 야구를 하겠다."

제10구단 kt위즈가 드디어 창단 초대감독을 선임했다. 하마평에 오르던 많은 인물 중에 선택된 사령탑은 전 SK, KIA 감독을 역임한 조범현(53) 현 삼성 인스트럭터였다. 여러 후보자들 중에서 '육성'과 '성적'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적임자로 낙점받은 것이다. 백지 위에 새 그림을 그려야 하는 kt로서는 젊고 열정이 넘치는 조 감독이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조범현 감독이 이끄는 kt는 어떤 색깔의 야구를 보여줄까. 조 감독은 취임 일성으로

"빠르고 공격적인, 재미있는 야구"를 천명했다. 아직 코칭스태프나 선수 구성이 이뤄지지 않아 예측이 쉽지 않다. 그러나 지금껏 조 감독이 걸어온 행보를 통해 짐작해볼 수는 있을 것이다.

충암고와 인하대를 거쳐 프로 원년인 1982년 OB(두산 전신)의 창단 멤버로 프로생활을 시작한 조 신임 감독은 1992년 삼성에서 은퇴했다. 대표적인 수비형 포수로 경기 전체를 보는 탁월한 시각을 인정받는 리더형 선수였다.

이후 지도자로 변신한 그는 삼성과 쌍방울 등에서 배터리 코치를 하면서 많은 선수들을 육성해냈다. 전성기 시절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 포수로 명성을 날렸던 SK 박경완은 조 감독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쌍방울 코치 시절 갓 입단한 박경완을 키우기 위해 아예 박경완의 집 옆으로 이사를 와서 정규 훈련이 끝난 뒤 매일같이 근처 공원으로 불러내 훈련을 시킨 유명한 일화도 있다. 이런 조 감독의 열정과 헌신 덕분에 박경완은 이후 쌍방울과 현대, SK의 간판 포수로 성장했고, 국내 최고 안방마님의 영예를 얻을 수 있었다.

10년 간의 코치 생활을 거친 조 감독은 2003년 SK의 2대 감독으로 부임한다. 초대 강병철 감독의 뒤를 이은 조 감독은 투수진에서는 채병용과 제춘모, 야수 가운데에는 정근우와 박정권 최 정 등을 집중 조련해내며 팀의 첫 포스트시즌 진출과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안겼다. 육성과 성장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낼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지도자임을 입증한 것이다.

2006 시즌을 마치고 다시 야인이 된 조 감독은 2008년 KIA 감독을 맡게 된다. 2000년대 들어 중하위권을 맴돌던 KIA는 새로운 변화의 계기를 조 감독에게서 찾았다. 결국 조 감독은 부임 2년째인 2009년 팀을 정규리그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1997년 이후 12년만에 '타이거즈'가 얻은 10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이었다. 이 당시에도 조 감독은 윤석민 양현종 김선빈 안치홍 나지완 등 젊은 간판 선수들을 성장시키며 팀의 우승을 이끌어냈다. 더불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대표팀 사령탑을 맡아 한국에 금메달을 안기며 국제 무대에서의 지도력도 인정받았다.

이러한 행보를 이어오는 동안 조 감독이 일관되게 유지해 온 스타일은 철저한 데이터와 분석에 근거한 '현미경 야구'다. OB 시절 은사였던 김성근 현 고양 원더스 감독의 영향을 받은 조 감독은 꼼꼼한 데이터 분석과 선수 성향 파악으로 큰 그림을 그려가는 '관리자' 스타일이다. 때때로 냉정해보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는 뜨거운 열정이 늘 함께했다. 이러한 '열정적 관리자' 스타일은 모든 것을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하는 신생팀의 사령탑으로서 매우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감독 통산 524승498패를 기록 중인 조 감독은 새 팀에서 '스피드'와 '공격'을 강조하며 재밌는 야구를 추구하겠다고 했다. 이런 야구를 펼치기 위해서는 선수들이 준비가 돼야 한다. 조 감독의 뜨거운 열정이 다시 한번 혹독하게 kt 선수들을 휘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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