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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야구는 넥센을 어떻게 바꿔놓았나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07-30 09:28 | 최종수정 2013-07-30 09:28


4연승을 기록중인 넥센이 10일 목동구장에서 롯데와 주중 3연전 두 번째 경기를 펼쳤다. 넥센 문우람.
목동=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2013.7.10

지난 시즌에 그랬던 것 처럼, 올 해도 많은 전문가들은 빈약한 선수층을 넥센 히어로즈의 약점으로 지목했다. 주전급 멤버는 좋지만 대체자원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아무리 베스트 멤버를 갖췄다고 해도 이들이 6개월이 넘게 진행되는 페넌트레이스를 전적으로 책임질 수는 없다. 부상과 컨디션 저하 등 수많은 변수가 도사리고 있는데, 이런 어려움을 이겨내려면 주전 선수의 뒤를 받쳐줄 백업선수가 필요하다. 물론, 상황에 따라서 대체 자원이 주전으로 도약할 수도 있다. 팀 전체로 보면 바람직한 일이 될 수도 있다. 1군 가용 인력을 많이 보유한 팀, 주전과 비주전의 전력 차가 적은 팀이 강팀이고, 이런 팀이 결국 성적을 내게 돼 있다. 히어로즈는 지난해 주전급 선수들에게 지나치게 의존을 하다가 주축선수들의 페이스가 떨어진 후반기에 무너졌다.

그런데 올시즌 히어로즈의 2군, 강진 야구가 넥센 야구의 지형을 바꿔놓고 있다. 지난 주말 벌어진 삼성 라이온즈전을 보자. 히어로즈의 스타팅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야수 9명 중 무려 3명이 히어로즈 2군, 강진 출신이었다. 문우람(21)이 우익수로 나섰고, 김지수(27)가 2루수, 안태영(28)이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문우람은 유한준 자리에 들어갔고, 김지수는 부상으로 재활치료 중인 서건창의 공백을 메웠다. 그동안 주로 이성열, 혹은 박병호 강정호 이택근 등 중심타자들이 휴식이 필요할 때 지명타자로 나섰다.

그렇다고 이들 세 선수가 단순히 자리만 채우고 있는 건 아니다. 오히려 팀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문우람은 이번 시즌 21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9푼8리(88타수 35안타) 2홈런 9타점 23득점을 기록했다. 출루율이 무려 4할5푼4리다. 7월 3일 NC 다이노스전부터 13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고 있다. 병살타가 없는 게 눈에 띈다. 히어로즈 관계자는 "어리지만 누구보다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진지하다. 정신력이 정말 강한 선수이다"고 했다.

출전 경기수가 많지는 않지만 김지수는 13경기에서 실책이 '0'이다. 2루수는 물론, 유격수와 3루수까지 가능한 김지수는 수비력이 좋다는 평가다. 타율이 2할5푼(20타수 5안타)로 조금 처져 있지만 작전 수행능력이 뛰어나다. 동국대를 졸업하고 군복무까지 마친 그는 야구가 절실하다. 지난해까지 1군 출전 경기수가 총 23게임, 8타수 무안타가 기록의 전부였다. 다음달 중순 서건창이 복귀할 때까지 어느 수준까지 입지를 넓힐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지난해 8월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에서 신고선수로 영입한 안태영은 요즘 가장 '핫'한 선수이다. 27일 1군 데뷔전이었던 삼성전에서 홈런을 포함해 4안타를 쏟아냈던 안태영은 28일 2루타 1개를 포함해 2안타를 때렸다. 7타수 6안타, 타율 8할5푼7리. 퓨처스리그(2군)에서 타율 3할2푼을 기록했던 타격감을 그대로 이었다. 2004년 삼성에 입단했다가 방출된 후 떠돌았던 6년의 공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모습이다. 조금 더 지켜봐야 겠지만 타격능력 만큼은 수준급이라는 평가다. 염경엽 감독으로선 타격 옵션 하나를 손에 쥐게 됐다.


넥센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28일 대구구장에서 열렸다. 5회말 1사 1루 삼성 배영섭 타석 때 1루주자 김상수가 2루도루를 시도했지만 넥센 2루수 김지수에게 태그아웃되고 있다.
대구=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7.28/
히어로즈 전력의 지평을 넓힌 2군의 힘을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가능성 있는 선수의 장점을 집중적으로 살리는 2군 육성, 1군과 2군의 유기적인 전력강화 프로그램, 정보 교류, 구단의 긍정적인 투자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문우람의 공식 프로필을 보면 키가 1m77, 체중이 72kg이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뛰어난 신체조건이라고 볼 수 없다. 그런데 문우람은 28일 삼성전 4회 우익선상을 타고 흐르는 채태인의 2루타성 타구를 잡아 군더더기 없는 동작으로 송구해 2루에서 잡았다. 김성갑 히어로즈 2군 감독은 "체격이 커보이지 않지만 실제 몸을 보면 놀랄 것"이라고 했다. 김 감독은 다른 선수에 비해 체격이 작은 문우람이 2군에 있을 때 집중적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켰다고 했다. 타격이나 수비 능력이 좋아 체력을 보완하면 충분히 1군에서 통할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지난 해 25경기에 나서 타율 2할3푼1리를 기록한 문우람이 등장으로 히어로즈 외야 경쟁이 더욱 치열하게 됐다. 백업 내야수에게 가장 필요하고 중요한 게 안정된 수비력. 김지수에게 해당되는 것이었다.

1m86, 93kg. 안태영은 신체조건이 좋을 뿐만 아니라 타격자질이 있는 선수 라는 게 김 감독의 설명이다. 김 감독은 "면담 때 사회인 야구 선수까지 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울컥했다. 눈에 절실함이 담겨 있었다"고 했다. 2군에서 주로 1루수를 본 안태영은 수비보다 타격능력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집중했다. 김 감독은 "강병식 타격코치가 안태영에 매달렸다. 타격에 장점을 갖고 있는 선수여서 타격에 7, 수비에 3을 두고 훈련을 했다"고 설명했다.


1군에서 콜을 받은 2군 선수는 불안하다. 입지가 취약한 승격 선수는 금방 보여주지 못하면 바로 2군으로 내려갈 수 있다는 압박감 때문에 잔뜩 긴장을 하게 된다. 기회는 자주 오지도 않고 오래 주어지지도 않는다. 김 감독은 안태영이 1군으로 올라가기 전에 불러 "너무 긴장하지 마라 두려움을 극복하면 공이 축구공처럼 보일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탁구공 처럼 보일 것"이라는 조언을 했다.

김 감독은 2군 선수가 "열심히 하겠다"는 말을 하면 꾸중을 한다고 했다. 김 감독은 "프로 선수는 열심히 하는 것 만으로는 안 된다. 그동안 열심히 했지만 야구를 그만둬야했던 선수를 수없이 봤다. 프로에서 살아남으려면 열심히가 아니라 잘 해야 한다"고 했다.


넥센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28일 대구구장에서 열렸다. 2회초 무사 2루 넥센 안태영이 중견수 뒤 펜스를 맞히는 2루타를 친 후 타임을 요청하고 있다. 고양 원더스 출신인 안태영은 27일 경기에서 첫 출전해 4타수 4안타 1홈런 1타점 2득점을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대구=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7.28/
히어로즈 2군 코칭스태프, 선수들은 하루 2경기를 치르고 본다. 낮에는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치르고, 일과 후에는 1군 경기를 TV로 시청한다. 밤에 1군 경기를 보면서 1군이 어떤 야구를 하고 있는 지, 지금 1군에 무엇이 필요한 가를 생각하고 준비를 한다. 김 감독은 "1군에서 어떤 작전을 쓰고 있는지, 상대팀 투수들이 어떤 공을 던지는지를 2군 선수들도 면밀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기회가 왔을 때 바로 잡을 수 있고,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1군 코칭스태프도 매일 2군 상황을 체크한다. 부상 선수가 나오거나 보강이 필요할 때 급하게 2군에 연락을 하는 게 아니라, 항시 1군 전력 보강을 구상하면서 선수 수급을 고민한다.

물론, 1군에서 필요한 부분을 2군에 따로 주문하기도 한다. 1,2군 사령탑이 수시로 통화하면서 선수들에 관해 논의하고 의견을 조율한다는 게 히어로즈 구단 관계자의 설명이다.

넥센 2군은 29일 현재 38승5무22패, 승률 6할3푼3리로 남부리그 1위를 달리고 있다. 퓨처스리그 11개 팀 중 유일한 6할대 승률이다.

지난 2월 히어로즈 2군 선수단은 팀 출범 후 처음으로 대만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아무래도 바람이 매서운 2~3월 국내훈련은 한계가 있다. 히어로즈는 당초 중국 스프링캠프를 검토했으나 시설 등 환경이 좋은 대만으로 방향을 틀었다. 김 감독은 "감사하게도 따뜻한 지역에서 마음껏 훈련을 했고, 대만 현지 팀과 연습경기도 많이 했다. 구단의 투자가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2군이 강해졌다. 히어로즈는 더이상 소수정예의 팀이 아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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