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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의 '마무리 잔혹사', 정녕 벗어날 수 없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7-17 14:17


6일 오후 광주 무등야구장에서 2013 프로야구 KIA와 롯데의 경기가 열렸다. 9회초 등판한 KIA 송은범이 롯데 타자들을 상대로 힘차게 볼을 던지고 있다.
광주=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7.06.

KIA에게 '마무리 잔혹사'는 정녕 벗어날 수 없는 굴레인가.

또 마지막 순간 클로저가 무너져버렸다. 벌써 올해 9번째 블론세이브다. 반복되는 마무리 투수의 붕괴로 인해 KIA의 상위권 진입 시도가 번번히 좌절되고 있다.

16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KIA와 한화의 경기. 긴 휴식을 보낸 KIA는 경기초반 선발 김진우가 다소 흔들렸다. 경기 감각의 저하 때문이다. 1회에 2점을 내줬다. 그러나 이닝을 거듭할수록 김진우는 안정감을 되찾았다. 결국 6회까지 2실점으로 버텨냈다.

타선도 힘겹게 역전을 만들어냈다. 1회말에 1점을 뽑은 뒤 5회와 6회에 각 1점씩 추가해 3-2로 전세를 뒤집었다. 한화의 허약한 타선을 감안하면 1점차 리드는 그리 나쁘지 않다. 게다가 김진우의 뒤를 이어 나온 불펜진도 안정적인 투구를 이어갔다. 임준섭(⅓이닝 1볼넷 무실점)-신승현(⅔이닝 1안타 무실점)-박지훈(1이닝 퍼펙트)이 7회와 8회를 잘 지켜줬다. 승리가 눈앞으로 바짝 다가온 순간이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 이변이 일어났다. 믿었던 마무리 투수 송은범이 9회에 등판해 볼넷과 2루타 1개로 동점을 허용한 것이다. 결국 이것이 빌미가 되면서 KIA는 연장 12회까지 올해 최장시간 경기를 치르면서 역전패를 허용하고 말았다.

이날의 패배는 전반기를 통틀어 어쩌면 가장 데미지가 큰 패배일 수 있다. 만약 앞선 흐름을 이어가 순조롭게 승리를 거뒀다면 4위 두산과 0.5경기 차이를 유지하는 동시에 6위 롯데와는 1경기 차이를 벌릴 수 있었다. 이는 4강권 진입이 순조롭게 이뤄질 수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화에 어이없는 역전패를 당하면서 결국 KIA는 4위 두산과 1.5경기 차로 뒤쳐지고 말았다. 6위 롯데와는 승차가 없다. 전반기를 4강권에서 마무리하려던 선동열 감독의 계산도 크게 틀어지고 말았다.

현대야구에서 이기는 경기의 마지막 순간을 완성하는 클로저, 즉 마무리 투수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안정적인 마무리 투수를 보유한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의 전력차는 엄청나게 벌어진다. 벤치의 다양한 작전과 변화무쌍하게 흐르는 경기 막판, 흔들림없는 마무리 투수가 있는 팀은 상대팀에 엄청난 압박감을 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각 팀의 사령탑은 매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과연 어떤 투수를 마무리로 쓸 것인지를 신중히 고려하게 된다. 삼성이나 넥센처럼 기존에 이미 확실한 마무리 투수를 보유한 팀의 감독들은 고민을 덜 하겠지만, 그렇지 못한 팀들의 수장들은 여러 선택지를 눈앞에 두고 심사숙고를 거듭한다. 또 막상 한 명을 고른다고 해도 그 투수가 시즌 끝까지 기대에 부흥하리라는 법도 없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운도 일정부분 따라야 한다.


선 감독 역시 지난 스프링캠프에서 마무리 투수 결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지난해 KIA는 확실한 마무리 투수가 없는 바람에 무려 18개의 블론세이브를 기록했다. 8개 구단 최다 블론세이브였다. 이것이 4강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봤던 선 감독은 결국 지난해 선발로 뛰었던 외국인 투수 앤서니를 마무리로 전환하는 실험을 했다.

이 결정은 꽤 성공을 거두는 듯 했다. 앤서니가 무려 20개의 세이브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안정성 측면에서는 불합격이었다. 평균자책점이 4.50이나 됐고, 블론세이브도 4개나 있었다. 이런 마무리는 믿고 쓰기 어렵다. 결국 선 감독은 고심끝에 7월들어 '마무리 교체'라는 또 하나의 강수를 뒀다. 이번에 선택받은 선수는 시즌 도중 트레이드로 영입한 송은범이었다. 송은범은 지난 6일 광주 롯데전에서 세이브를 따냈다.

송은범은 분명 좋은 마무리가 될 수 있는 자질을 지녔다. 150㎞에 육박하는 강력한 직구를 지녔고, 슬라이더 등 변화구도 좋다. 게다가 배짱도 두둑하고 경험도 꽤 있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몸상태가 좋지 못하다. 그렇다면 굳이 송은범에 미련을 둘 필요가 없을 듯 하다. 비록 2년차이긴 해도 박지훈이 구위를 회복한 만큼 새로운 대안이 될 수도 있다. 일단 '송은범 마무리' 카드는 한번 실패했다. 과연 선 감독이 계속 송은범에게 믿음을 줄 지 아니면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지 주목된다.


광주=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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