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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프로야구에서 1번 타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격의 주도권을 잡고, 상대의 방어를 가장 먼저 뚫어야하는 1번 타자가 강하면 강할수록 팀은 보다 공격적인 경기를 펼칠 수 있다.
때로는 침체된 팀 분위기를 바꾸는 역할도 한다. 아무래도 가장 먼저 타석에 들어서기 때문에, 그가 첫 타석에서 어떤 모습을 보이느냐에 따라 다른 타자들도 암암리에 영향을 받는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부상을 털고 1군에 돌아온 KIA 이용규의 활약이 한층 더 필요한 것은. 장맛비에 축 늘어져버린 KIA 타선에서 이용규가 해줘야 할 일이 많아졌다.
그러나 이용규는 투지와 근성에 관해서는 국내 톱클래스에 속하는 악바리다. 성실한 재활로 회복기간을 줄였고, 팀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고 복귀를 자청했다. 결국 지난 12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1군에 복귀했다. 하지만 장맛비로 12일 경기가 취소되면서 복귀 첫 날에는 출전기회를 얻지 못했다. 이어 13일 잠실 두산전 때는 경기 막판인 9회 1사 1루에서 대타로 잠시 타석에 나왔다가 우익수 뜬공에 그쳤다.
아직은 이용규의 몸상태가 완전히 회복된 것이 아닌데다 비로 인해 그라운드 사정이 썩 좋지 않은 점을 고려해 KIA 코칭스태프가 선발 출전 기회를 다음으로 미룬 결과다. 14일 경기마저 우천으로 취소되면서 이용규는 아쉬운 마음으로 다시 짐을 꾸렸다.
하지만 이용규의 역할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특히 7월들어 너무 많은 휴식으로 인해 오히려 늘어져버린 팀 타선을 일깨워야 하는 특명이 있다. KIA는 7월 들어 보름간 겨우 4경기 밖에 치르지 못하는 기형적인 일정을 보내야 했다. 우천 취소도 많았던 데다가 휴식기가 겹친 까닭. 그러면서 타자들의 경기 감각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체력은 보충됐지만,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경기 초반 선두타자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특히 팀 공격에서 가장 먼저 상대를 만나는 1번 타자가 어떤 식으로 상대 선발을 공략하느냐에 따라 전체적인 공격의 맥락이 결정될 수도 있다.
결과적으로 이용규가 팀 공격의 분위기를 이끌어가야 하는 것이다. 시즌 초반에는 긴 부진에 시달렸지만, 6월 들어 타격 페이스를 가파르게 끌어올리던 이용규다. 부상으로 인해 좋은 흐림에 잠시 브레이크가 걸렸지만, 이용규는 이를 극복할 수 있을 만큼 영리한 타자다. 자신이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 지도 잘 알고 있다. 축 늘어진 KIA 타선에서 이용규의 매운 활약이 기대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