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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장도 할 수 있다' 이병규 손민한, 희망을 쏘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3-07-11 10:43 | 최종수정 2013-07-11 10:43


2013 프로야구 LG와 NC의 주중 3연전 두번째 경기가 10일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LG 이병규가 2회 선두타자로 나와 우전안타를 기록 10연타석 안타라는 대기록을 수립 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7.10/

2013 프로야구 LG와 NC의 주중 3연전 두번째 경기가 10일 잠실 야구장에서 펼쳐 졌다. NC 손민한이 선발 등판 LG 타선을 상대로 역투를 하고 있다. 손민한은 올시즌 4경기에 나와 4승을 기록하고 있다.
잠실=조병관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3.07.10/



늘 생각대로, 예상대로면 지루하다.

의외의 깜짝 반전이 있어 야구가 재미있다. 2013 프로야구, 두 백전노장의 거침 없는 진격이 팬들에게 흥미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1997년 입단 동기이자 투-타의 천재로 불렸던 손민한(NC)-이병규(LG). 둘은 10일 잠실벌에서 2006년 이후 7년만에 의미있는 맞대결을 펼쳤다. 이병규의 역대 통산 최다연타석 안타가 걸린 2회 첫 타석. 승부는 깔끔하게 끝났다. 이병규가 손민한의 초구 120㎞ 커브를 받아쳐 10연타석 안타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초구부터 승부에 들어간 손민한이나 초구부터 배트를 내민 이병규나 참 대단했다. 경기 후 이병규는 "초구부터 쳐서 많이 놀라셨죠"라며 웃었다. 이어 "손민한이라 특별한 의식을 한 건 아니"라고 했다.

최근 두 선수의 활약. 상식파괴다. 불혹의 나이를 잊은듯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다. 이날 오랜만에 만난 손민한으로부터 쐐기 적시 2루타를 날린 박용택의 증언. "언론을 통해 손민한 선배의 공이 좋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지는 몰랐어요. 단지 완급조절이 아니라 공 자체가 좋더라구요. (구위가 떨어진) 2009년 공이 아니라 전성기 공을 던지더라구요. 첫 타석 상대해보고 생각을 바꿨어요." 이날 손민한의 패스트볼 최고 시속은 144㎞. 수치를 능가하는 힘이 공 끝에 실려 있었다. 무딘 스윙으로는 이겨낼 수 없는 공.

우여곡절 끝의 복귀. 마음의 부담을 극복한 쾌투여서 더 큰 의미가 있다. NC 김경문 감독은 손민한의 선발진 가세 효과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한다. "선발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이는데는 민한이의 역할이 있어요. (이)재학이가 잘 던지던 (선발) 자리에 들어가 부담감이 컸을거에요. 던질 수 있다는 것을 넘어 승을 따고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니 선발진에 여유가 생기고 있어요. 불펜진을 만들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병규가 펼쳐들고 있는 불혹의 4할 페이스는 더욱 놀랍다. 최근에는 절정이다. 1년에 1번도 힘든 4안타 경기를 7월 들어 두차례나 했다. 사이클링히트와 10연타석 안타라는 기념비적 대기록을 잇달아 세웠다. 그를 지켜보노라면 야구가 참 쉬워보인다. 타격의 시작과 끝이 물 흐르듯 이어진다. 상대 투수가 던지는 코스를 결대로 툭툭 밀고 당겨 가볍게 안타를 만들어낸다.

'불혹의 기적'. 비결을 묻자 "저 미국 나이로는 서른여덟이에요"라며 웃는다. 적토마의 질주. 개인적 욕심이 아닌 팀에 대한 책임감으로부터 첫 걸음이 시작됐다. 배번 대신 캡틴의 첫 글자 C를 가슴에 달고 출전하는 팀의 리더. "제가 (햄스트링 부상으로) 합류가 늦었잖아요. 팀에 보탬이 되고자 더 집중하려고 노력했고 결과가 좋으니까 더 큰 자신감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천부적 타격 재능과 지난 16년간 한·일 양국의 프로리그를 거치며 쌓은 경험. 노력이 가미된 결과다. "부족한 점을 느끼면 시합 끝나고 꼭 개인 운동을 해요. 그게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저 천재 아니에요.(웃음)"

삶도 야구도 끝을 예감하면 더 절실하고 소중해진다. 은퇴 기로에 섰던 손민한이나 4강 염원이 그 누구보다 강한 이병규도 마찬가지. 매 경기가 이토록 소중한 순간임을 젊을 때는 잘 몰랐다.

"제가 언제까지 그라운드에 설지 모르지만 나올 때까지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려고 해요. 나이 먹어도 할 수 있다는 것을 후배들에게 보여주고 싶어요." 이병규의 다짐. 옆에서 장비를 챙겨 들어가던 박용택이 희망을 담아 농담을 던진다. "(병규) 형, 오래 오래 해요. 난 10년 더 할거니까…"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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