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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의 선발 실험이 또다시 실패로 돌아갔다.
한화는 현재 3명의 선발만이 로테이션에 고정돼 있고, 나머지 4,5선발 순서에는 여러 투수들을 기용하고 있다. 외국인 투수 바티스타와 이브랜드, 김혁민 등 3명의 선발투수들은 자신들의 등판 순서를 꾸준히 지키고 있다. 그러나 4,5선발 투수는 정해져 있지 않다. 30일 대전 넥센전에는 프로 4년차 오른손 투수 이태양이 선발 등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날 이태양이 생애 처음으로 선발로 나서게 된 것이다. 2010년 입단한 이태양은 2012년 7월18일 대전 삼성전서 1군에 데뷔했고, 올시즌에는 1군서 중간계투로만 마운드에 올랐다. 지난 22일 잠실 두산전에서 중간으로 나가 3⅓이닝 동안 3안타 2실점으로 제법 긴 이닝을 버티면서 김 감독으로부터 선발 보직을 부여받았다.
이태양의 장점은 직구 구속이 140㎞대 중반까지 나오고, 제구력이 비교적 안정적이며 마운드에서 주눅들지 않고 배짱있게 던진다는 것이다. 김성한 수석코치는 이태양에 대해 "작년에는 직구가 최고 137㎞ 밖에 안됐는데 올해는 147㎞까지 던졌다. 릴리스를 할 때 손의 악력이 좋아진 것인데 연습도 참 많이 했다. 무엇보다 마운드에 올라가면 주눅들지 않고 씩씩하게 던지는게 마음에 든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투구 내용은 기대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역시 강타선을 상대로는 자그마한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법이다. 4이닝 동안 5안타 2볼넷을 내주고 5실점했다. 홈런 두 방에 무너졌다. 1회 이성열에게 만루홈런을 허용했고, 4회에는 김민성에게 솔로포를 헌납했다.
1회 첫 타자 장기영을 143㎞짜리 직구로 중견수플라이로 처리하며 힘차게 출발했다. 장기영이 배트 중심에 잘 맞혔지만, 공에 힘이 있었기 때문인지 타구는 그리 멀리 뻗어나가지 못했다. 문우람에게 우전 땅볼안타를 맞은 뒤 강정호를 129㎞ 슬라이더로 삼진 처리한 것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박병호와 오 윤을 연속 스트레이트 볼넷으로 내보내며 경기를 흔들리기 시작했다. 스트라이크존을 공략하지 못하니 다음 타자 이성열과는 힘든 승부가 될 수 밖에 없었다. 볼카운트 1B1S에서 3구째 143㎞짜리 직구가 몸쪽 높은 코스로 몰리면서 우월 그랜드슬램으로 연결됐다. 한화 벤치는 사인을 낸 이준수의 볼배합이 잘못됐다는 판단을 하고 2회초에 포수를 정범모로 바꾸기도 했다. 이태양은 2,3회를 삼자범퇴로 막았지만, 4회 김민성에게 한복판 높은 직구를 던지다 또다시 홈런을 허용했다.
이태양이 다시 선발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으나, 한화로서는 여전히 4,5선발 후보 찾기를 계속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전=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