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반신반의 LG팬, '늑대소년' 징크스 올해는 깨질까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3-06-10 18:01


주중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마친 LG와 롯데가 주말 3연전 잠실에서 만났다.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롯데의 2013 프로야구 주말 3연전 첫번째 경기에서 8회초 2사 만루 LG 좌익수 박용택이 롯데 강민호의 짧은 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내자 정현욱이 포옹을 해주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6.07/

주중 3연전을 위닝시리즈로 마친 LG와 롯데가 주말 3연전 잠실에서 만났다. 7일 잠실구장에서 펼쳐질 LG와 롯데의 2013 프로야구 주말 3연전 첫번째 경기 전 LG 김기태 감독이 정의윤의 타격자세를 지도하고 있다. 김 감독은 정의윤에게 오랜 시간 공을 들였고 결국 잠재력을 폭발시키며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잠실=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3.06.07/

롯데 자이언츠와 LG 트윈스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8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가운데 경기 전 LG 투수진들이 외야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트레이너들이 박수를 치며 박자를 맞춰주고 있다. LG 투수진의 평균자책점은 삼성에 이어 2위다. 잠실 =정재근기자 cjg@sportschosun.com/2013.06.08/

오래 기다렸다. 벌써 10년.

LG 팬들에게 '4강'의 의미. 목 마르게 갈망하다 못해 살짝 체념했던 단어다. 시즌 초 승승장구하고 있어도 불안하다. 의구심을 완전히 떨쳐내지 못한다.

한껏 기대했다 좌절됐던 아픔. 많이도 반복됐다. 방어 심리가 생겼다. '좀 있으면 떨어진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도 들린다. '늑대소년' 증후군이랄까.

풍선처럼 한껏 기대를 부풀렸다 여름을 기점으로 바람을 쑥 빼버리기 일쑤였던 LG 야구. 올해은 어떨까. 조짐이 좋다. 예년과 차이가 있다. 달라도 많이 달라 보인다. 스포츠 현장의 모든 징크스는 깨지라고 있는 법. 과거의 기억을 훌훌 털고 4강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는 '진격의 쌍둥이'가 될 수 있을까.

평균자책 수렴 궤도로의 진입

점수를 더 내거나, 덜 주는 팀이 이긴다. 고로 야구에서 투수력과 타력은 모두 중요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방망이(혹은 몽둥이)는 믿을 게 못된다"고 이야기한다. 배트란 도구를 이용하는 타력은 사이클을 탄다. 그만큼 예측력이 떨어진다. 집단 슬럼프라도 걸리면 대책이 없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도구가 아닌 팔로 던지는 투수들은 사이클의 폭이 좁다. 부상이나 체력 저하만 아니면 거의 가진 능력껏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다. 예측 가능하다. 그래서 코칭스태프들은 투수력을 기준으로 계획을 세운다.

그래서일까. 팀 순위는 거의 팀 평균자책점과 비례한다. 득점력이 엄청나거나 형편 없지 않는 한 덜 실점하는 팀 성적이 좋다. 지난 시즌에도 팀 평균자책점 1~4위 팀이 고스란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LG는 10일 현재 3.71의 평균자책점으로 삼성(3.61)에 이어 2위다. 쭉 2위였는데 지난 5월에는 팀 순위와 엇박자가 났다. 하지만 결국 상승곡선을 그리더니 팀 순위 3위까지 올라왔다. 드디어 평균자책 수렴 법칙 궤도에 진입한 셈. 큰 부상이 없다면 LG의 상승세는 꾸준히 이어질 공산이 크다. 게다가 팀타율도 0.282로 두산(0.285)에 이어 2위다. 투-타 균형까지 잡혀 있으니 쉽게 추락할 팀은 아니다.


신-구 조화와 예비 전력 보유율

되는 구단의 특징 두가지. 신-구 조화와 예비 전력 보유율이다. 베테랑과 신진 그룹은 다르다. 장·단점이 정반대다. 한쪽 그룹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팀 치고 지속성 있게 시즌을 꾸려가는 경우는 드물다. 신-구 조화. 말이 쉽지 아주 어려운 프로젝트다. 훈구파와 신진사대부 처럼 제로섬 관계인 두 그룹은 기본적으로 갈등 요소를 품고 있다. 여기서 '어떤 선수를 어떻게 쓸 것인가'하는 문제가 생긴다. 휴먼 매니지먼트의 영역. 조율의 기술이 요구된다. 감독과 코칭스태프의 능력이 중요해진다.

LG 김기태 감독과 코칭스태프는 그런 면에서 탁월한 조율사다. 신임 감독이 신진 그룹을 중용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히려다 베테랑 그룹과 갈등을 겪는 경우가 흔히 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지난해 부임 첫해부터 베테랑과 신진 그룹에게 합리적인 기준을 통해 기회를 제공했다. 오랫동안 쌓여온 불신이 걷히는데 1년이 걸렸다. 이제 '페어한' 문화가 어느 정도 팀 내에 뿌리를 내려가고 있다. 감독에 대한 믿음이 생기자 남보다 내 탓을 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레 신-구 갈등 요소도 팀 속에 녹아들었다. LG 베테랑과 신진 그룹은 서로 도와가며 열심히 뛰기 시작했다. 같은 곳을 바라보고 달리는 것이 상생의 길임을 알게 됐다. 김 감독은 "선발 출전하지 못한 다른 선수들이 납득할 수 있는 플레이를 해야 한다"며 '주전 책임론'을 강조한다. 언제든 내려놓을 수 자리임을 잘 알기에 매 경기 열심히 뛴다.

신진 그룹의 성장과 노장 그륩의 재발견. 예비 전력 보유율도 상승했다. 포지션 별로 두툼한 백업 자원이 생겼다. 4번 정의윤을 필두로 김용의 문선재 등 신예들이 대거 주전급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고비 때 돌아온 베테랑은 반전을 이끌었다. 부상에서 복귀한 캡틴 이병규는 고비 때마다 알토란같은 활약으로 팀을 수렁에서 건졌다. 전천후 베테랑 내야수 권용관도 공-수-주에 걸쳐 팀의 반등에 큰 힘을 보탰다. 지난달 23일 삼성전 홈스틸성 주루에 의한 득점은 LG 반전의 터닝포인트가 될 정도로 임팩트 있는 플레이였다. 박용택이 몸을 날리고, 이진영도 돌아왔다.

여름 승부에서 중요한 마운드 예비 전력도 늘었다. 위기의 5월. 완충 장치는 류제국이었다. 예기치 못했던 주키치의 부진 속에 도미노 붕괴를 막아준 회심의 카드였다. 불펜 카드 유원상이 복귀 준비 중이고, 정찬헌도 차근차근 복귀 준비를 하고 있다. 이제 막 불기 시작한 LG의 신바람 야구. 객관적 측면에서 쉽사리 사그러 들지는 않을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