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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최다홈런 기록은 내가 잠시 보관하고 있던 것이다."
자신의 기록을 깨려고 하는 후배를 바라보는 선배는 어떤 마음일까.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고 하지만, 혹시 가벼운 아쉬움 같은 게 있는 건 아닐까. 하지만 양준혁은 이승엽의 기록 경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양준혁은 "나는 홈런타자가 아닌데 오랫동안 뛰다보니 기록이 쌓였다. 통산 최다홈런 기록은 당연히 승엽이의 것이다. 승엽이가 없는 동안 내가 잠시 보관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제 본래 주인에게 돌려줄 때가 된 것이다"고 했다. 이승엽이 일본에 진출하지 않았다면 당연히 차지했을 영광을 잠시 보유하고 있었다는 설명이다. 양준혁은 이승엽이 빨리 400홈런, 500홈런을 기록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통산 타율이 3할1푼6리인 양준혁이 보유하고 있는 통산 최고기록은 홈런을 비롯해 출전경기(2135),안타(2318개), 타점(1389개), 득점(1299개), 4사구(1380개). 이 중에서 홈런기록이 처음으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홈런을 제외한 다른 기록은 2위와 격차가 커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양준혁은 여러가지 특별한 기록 중에서 4사구에 가장 애착이 간다고 했다. 그는 "4사구는 치고 싶은 걸 참아가면서 경기에 집중한 결과다. 어떻게 보면 팀을 위해 나를 희생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통산 4사구 2위는 SK 박경완(1139개)이고, 롯데 장성호(1133개)가 뒤를 잇고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