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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의전화 감사합니다."
우선 기대 이상의 호성적으로 주변을 놀라게 한다. 지난달 21일부터 만만치 않은 상대 SK, KIA를 상대로 연속 위닝시리즈를 만들면서 팀 최다 4연승을 달렸다.
이후 우천으로 1경기가 최소된 넥센과의 2연전서는 반타작을 한 뒤 지난 주말 한화전에서 또 위닝시리즈를 했다. 경기력과 팀 성적이 일취월장하다보니 창원팬들의 호감도가 부쩍 높아졌다.
여기에 신축구장 논란을 둘러싸고도 야구팬들로부터 간접 지지를 받고 있다. 창원시가 옛 진해 육군대학부지를 신축구장 건립지로 확정하면서 한국야구위원회(KBO)와 갈등을 빚게 되자 NC에 대한 동정여론이 높아진 것이다.
이처럼 팬들의 사랑을 듬뿍받고 있는 NC 구단의 프런트들은 최근 기분좋은 항의전화까지 받았다. 항의전화를 받고 기분이 좋다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최근 중년의 남성팬이 구단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다고 한다. 이 남성은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내가 보다 못해 전화를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배우는 학생들도 야구를 보는데 명색이 야구단이라는 곳이 우리 한글 맞춤법이 틀린 것을 방송화면에 그대로 나가도록 하면 됩니까."
처음엔 뭘 가지고 야단치는 것인지 몰라 어리둥절했던 프런트는 '항의자'의 이어진 말을 듣고 나서야 이해가 됐다.
이 남성팬이 지적한 것은 마산구장에 설치된 보드광고판의 '무룹병원'이란 상호였다. 이 광고판은 전광판 왼쪽 외야석 담벼락과 포수석 뒷쪽에 설치돼 있다.
으레 모든 구단들이 한 시즌을 맞아 각종 업체 광고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광고판이다. '무룹병원' 광고판은 위치의 특성상 야구장 현장은 물론 TV중계 화면에서도 눈에 잘 띈다.
이 남성팬은 구단 측이 광고판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무릎'을 '무룹'으로 잘못 표기한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현재 마산구장에는 '무룹병원'과 함께 '측추병원'이란 광고판이 있다.
이쯤되면 한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무식한(?) 구단으로 오해를 살 만했다. 이들 병원은 창원지역에서 유명한 관절-척추전문 의료기관인데 이처럼 우스꽝스런 고유 상표를 갖고 있다.
항의를 받은 NC 구단은 친절하게 설명을 해줬단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 상표에 신체의 특정부위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척추', '다리', '항문' 등의 신체명을 사용할 경우 특정 질병을 쉽게 유추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위법행위를 피하는 대신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나온 것이 고유 맞춤법을 살짝 피해간 상호들로, 3년 전부터 유행했다. 목-허리를 '모커리'로 표현한 한방병원 등이 '무룹병원', '측추병원'과 같은 사례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브랜드 마케팅인 것이다.
'무룹병원' 때문에 의료법 관련 시행규칙까지 숙지하고 있었던 NC 구단의 친절한 설명을 듣고 나서야 '항의전화'는 '격려전화'로 마무리됐다고 한다.
NC 프런트는 '격려전화'로 끝나서가 아니라 항의전화 자체부터가 기뻤다고 한다. 그만큼 NC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기 때문에 일부러 전화까지 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항의전화 뿐 아니라, 주말이면 입장권 문의 전화까지 늘어나 몸은 더 고달파졌지만 그래도 즐거울 수밖에 없다는 게 신생팀 프런트의 현주소다.
NC 홍보팀의 최 현 팀장은 "우리 팀 입장에서 무관심이 더 무서운 것 아니겠어요? 어떤 형태로든 관심을 가져주시는 창원팬들께 감사할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