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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준혁 특별기고]"넥센, 올시즌 우승 가능하다"

민창기 기자

기사입력 2013-05-20 17:12 | 최종수정 2013-05-21 06:31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16일 목동 야구장에서 열렸다. 넥센 8회말 2사에서 강정호가 좌월 역전 솔로홈런을 치고 두팔을 벌리고 있다. 목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5.16/

넥센 히어로즈의 돌풍이 예사롭지 않다. 3연패를 노리는 삼성 라이온즈와 선두경쟁을 하고 있다. 시즌 개막에 앞서 예상했던 그대로다.

히어로즈는 성장 가능성이 높은 젊은 유망주, 잠재력 있는 자원이 풍부한 팀이다. 매년 전력 업그레이드를 기대할 수 있는 팀이다. 이제 이런 힘을 분출시킬 수 있는 시기가 온 것 같다.

히어로즈가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자 일부에서 "얼마나 갈까"라며 물음표를 단다. 나는 시즌 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히어로즈가 창단 첫 4강은 기본이고, 우승까지 가능하다고 본다. 삼성과 투톱으로 페넌트레이스 1위 경쟁을 펼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처럼 여름에 주축선수들이 체력이 떨어져 위기에 빠질 것이라고 예상하는 이들도 있지만, 히어로즈의 선수, 코칭스태프는 지난해 충분히 좋은 경험을 했다. 위기 극복을 위한 준비를 충실히 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해와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지난 시즌 히어로즈의 주축 선수 대다수가 사실상 풀타임 첫 시즌이었다. 그러나 올해는 경험을 쌓은 전사의 모습이다.

히어로즈와 함께 SK의 움직임도 주목해야 한다. 지금 SK가 5~6위를 오르내리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분명히 치고 올라올 전력이다. 현재 4강 팀 중에서 흔들리고 있는 한 팀을 밀어내고 SK가 그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필자는 지난해 4월 초 히어로즈의 돌풍을 점치며, 4강 진출을 이야기했다. 김병현의 가세와 강윤구 김영민 문성현 등 젊은 투수들에 대한 기대, 박병호 등 중심타선의 활약을 염두에 둔 판도 분석이었다. 실제로 히어로즈는 전반기를 3위로 마칠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생각했던 것만큼 젊은 투수들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그러나 올해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두 명의 외국인 투수 나이트, 밴헤켄이 건재한 가운데, 지난해 주춤했던 강윤구 김영민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국내야구 2년차 김병현은 힘을 앞세운 투구 패턴에서 벗어나 제구력에 주안점을 둔 피칭으로 선발역할을 해주고 있다. 또 타선의 중심 박병호가 믿음직스럽고, 기존의 선수들도 안정적이다. 중심타선만 무서운 게 아니다. 이성열 유한준 김민성이 버티고 있는 하위타선 또한 힘이 넘친다.

공격루트도 다양하다. 발이 빠른 선수의 기동력, 공격적인 주루플레이를 앞세워 찬스를 만들어 가는 팀이다. 팀 플레이도 뛰어나고 일발장타까지 갖고 있다. 타선이 안정돼 있으면서, 전 타순에서 타점 생산이 가능하다.


넥센 히어로즈와 한화 이글스의 2013 프로야구 경기가 16일 목동 야구장에서 열렸다. 넥센 8회말 2사에서 강정호가 좌월 역전 솔로홈런을 치고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목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5.16/
요즘 히어로즈 경기를 보면, 한창 잘 나갈 때 SK를 보는 것 같다. 공격과 수비 모두 디테일한 부분에서 강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기본이 확실하다는 얘기다. 가장 좋을 때 SK처럼 선수들이 스스로 야구를 알고 플레이를 한다. 젊은 지도자 염경엽 감독은 꼼꼼하고 섬세하다. 그가 주창하는 생각하는 야구, 영리한 야구, 한 베이스 더 가는 야구가 팀에 녹아들고 있다.


이성열이 합류했을 때 솔직히 "과연 잘 할 수 있을까"라고 반신반의했다. 이성열은 파워가 좋지만 다듬어지지 않은 선수다. 타격에서 거친 면이 많은 선수다. 그러나 그는 이런 우려를 비웃듯이 맹타를 휘두르며 주축선수로 자리를 잡았다. 나는 강타자로 거듭난 이성열 뒤에 염 감독이 있다고 본다. 다른 스포츠와 마찬가지로 야구는 멘탈스포츠인데, 염 감독이 이성열의 정신적인 부분, 마인드 부분을 섬세하게 터치해 바꿔놓은 것이다.

보통 프로야구 감독들은 재계약을 위해 성적 위주로 팀을 이끌어간다. 선수들을 혹사시키기도 하고, 자신의 업적을 강조하기 위해 어린 선수를 과도하게 기용한다. 이렇게 하다보면 고참선수의 불만이 커지고 선수단의 융화가 깨져 어려움에 빠진다. 같은 목표를 바라보며 나아갈 수 없다. 그런데 염 감독은 선수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고, 선수들이 열심히 하도록 만드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것 같다. 염 감독 특유의 형님리더십이다.

히어로즈가 다른 팀과 확연히 구분이 되는 것은 미래지향적으로 구단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당장 눈앞의 성적보다 앞을 내다보고 팀을 만들어 왔다. 가능성 있는 선수를 영입해 주축선수로 키워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야구 전문가 수준의 식견을 갖춘 구단 프런트, 코칭스태프의 선수 보는 눈이 뛰어나기에 가능한 일이다. 이런 전략적인 선수 영입과 팀 운영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히어로즈는 구단 형편이 안 좋을 때 주축선수를 다른 팀으로 보내야 했다. 선수를 팔아 구단을 운영한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최근 2년 간 어려울 때 다른 팀에 내줘야 했던 선수들을 다시 데려오면서 이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팀의 정체성을 다시 세운 것이다. 나는 향후 히어로즈가 서울을 연고로 하는 두산, LG 못지 않은 명문구단으로 커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양준혁·SBS 야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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