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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는 2011년 12월 FA(자유계약선수) 정대현(35)을 영입했다. 4년간 총액 36억원(계약금 10억원, 연봉 5억원, 옵션 6억원)을 쏟아붓기로 사인했다. 정대현은 친정 SK에서 풀려 메이저리그 볼티모어 오리올스 진출 직전까지 갔다가 메디컬테스트에서 간수치 이상으로 불발, 롯데와 전격적으로 계약에 합의했다. 당시 SK도 정대현과 협상 의지가 있었다. 하지만 롯데가 투자한 금액 만큼 주는 건 위험 부담이 있다고 봤다. 당시 정대현의 나이는 만 33세. 오버핸드스로 보다 몸에 무리가 많이 가는 언더핸드스로였다. 또 전성기를 지났다고 판단했다. 그후 2년이 지났고 현재 정대현의 나이는 35세다.
그는 지난해 마무리 캠프와 동계 전지훈련을 잘 마쳤다. 또 국가대표로 뽑혀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까지 다녀왔다. 그리고 롯데 마무리로 시즌을 시작했다. 6경기에서 5⅔이닝 12안타 2볼넷 1사구 3실점, 1승 2블론세이브, 평균자책점 4.76(20일 현재)을 기록했다.
첫 등판이었던 한화전(3월 31일)에서 6타자를 상대로 4안타를 허용하고 강판당했다. 이후 KIA전(4월 7일) 두산(4월 12일, 14일)을 통해 안정을 되찾는 듯 보였다. 하지만 17일 넥센전에서 5안타 2실점으로 다시 불을 질렀다.
그렇다고 김 감독이 정대현 마무리 카드를 포기한 것은 아니다. 정대현은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검증된 마무리 요원이다. 현재 이번 시즌 초반 투구 밸런스가 정상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정대현이 이렇게 연타를 맞고 있는 건 구질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정대현은 공의 스피드가 아닌 무브먼트(움직임)와 컨트롤로 타자를 제압하는 투수다. 그의 주무기 구종은 커브와 싱커다. 그런데 요즘 정대현이 타자들에게 위압감을 주지 못하는 건 커브가 밋밋하게 들어오기 때문이다. 원래 정대현의 커브는 타자 앞에서 떠오르면서 바깥쪽으로 약간 흐르는 느낌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이게 구속 110~120㎞대로 평범한 직구 처럼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면 타자들에게 딱 치기 좋은 먹잇감이 된다. 결정구 중 하나가 들통이 나면 다른 하나로는 버텨내기 힘들 수밖에 없다.
일부에선 정대현의 무릎에 의문 부호를 단다. 지금은 괜찮겠지만 무리하거나 부담이 큰 경기에 등판할 경우 다시 고장날 위험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롯데 구단은 "현재 정대현의 몸상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한다.
정대현은 안정을 되찾을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그는 지난해까지 12년 동안 통산 100세이브81홀드를 기록했다. 롯데 불펜에서 가장 믿을 만하다고 봐야 한다. 당분간 구위를 회복할 때까지 마무리 보다는 원포인트 릴리프 등 쓰임새를 달리해볼 필요가 있다. 구위가 살아났을 때 마무리로 전환해도 등판 기회는 충분하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