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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게만 던지던 김병현, 이렇게 달라졌다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3-04-07 18:07 | 최종수정 2013-04-08 06:22


넥센의 '핵잠수함' 김병현의 변신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과거에는 '칠테면 쳐봐'라는 식으로 정면승부에 집착했는데 완급조절로 상대하는 스타일을 몸에 입히고 있다.

넥센 염겸엽 감독은 7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선발 투수인 김병현에 대해 "완급조절이 오늘의 포인트"라고 했다. 염 감독은 "과거에는 빠른 공으로 세게 던지면서 언제나 정면승부를 했지만 지금은 그런 전성기 시절의 공을 던지지 못하지 않나"라며 "완급조절을 한다고 해서 상대를 피하는 것은 아니다. 완급 조절을 하면서도 충분히 승부를 할 수 있다"고 했다.

지난달 31일 광주 KIA전서도 완급을 조절하면서 던졌지만 완전한 변신은 아니었다. 염 감독은 "(최)희섭이와 상대할 때 투 스트라이크가 되니까 본능적인 정면승부 욕구가 올라오는 것 같았다. 결국 곧바로 승부를 걸었지만 안타를 맞았다"고 했다.

김병현의 두번째 등판은 완급조절에서 더 많은 발전을 볼 수 있었다. 결정구인 슬라이더가 제대로 들어가면서 훨씬 안정적인 피칭을 했다. 이날 던진 109개 중 직구는 56개였다. 커브가 19개, 슬라이더가 21개였고, 체인지업 5개, 싱커 8개가 곁들여졌다.

1회말 직구로 카운트를 잡으려다 제구가 잘 되지 않으며 볼넷을 2개나 내주는 불안한 모습을 보인 김병현은 곧바로 변화구 위주로 패턴을 바꾸며 안정을 찾았다. 110㎞대의 커브로 카운트를 잡아나가면서 가끔씩 최고 141㎞의 직구로 타자의 눈을 적응시킨 뒤 2스트라이크 이후엔 직구처럼 오다가 꺾이는 120㎞대의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런 패턴으로 김병현은 6회까지 안타를 하나도 맞지 않고 자신의 데뷔후 최다 탈삼진 기록인 7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7회말이 아쉬웠다. 첫 타자인 김태완에게 우측의 큰 타구를 맞았지만 우익수 유한준이 잡을 수 있는 타구였다. 유한준이 뒤로 물러나다가 생갭다 타구가 뻗지 않자 앞으로 나오는 과정에서 미끄러지면서 넘어졌다. 타구는 넘어진 유한준의 바로 앞에 떨어졌다. 이후 4번 김태균에게 볼넷을 주고 5번 정현석에게 안타를 맞아 무사 만루의 위기를 맞은 김병현은 6번 오선진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허용한 뒤 마운드를 이정훈에게 넘겨줬다.

한 타자만 잡았더라도 자신의 국내 무대 데뷔 후 최다 이닝기록을 세울 수 있었지만 이날은 6이닝 2안타 3실점 7탈삼진으로 스톱. 투구수 109개는 최다 투구 타이기록이었다.

김병현은 "힘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안타를 맞고 볼넷을 내줬다"며 7회말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슬라이더 구사가 잘되고 있는 것에 만족하는 모습. "예전엔 슬라이더로 다양하게 던졌는데 오늘 슬라이더가 잘 됐다"고 했다. 정현석에게 맞은 안타가 아쉬움이 남았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 삼진을 잡을까 땅볼을 유도할까 하다가 병살로 잡아 빨리 이닝을 끝내려고 싱커를 던졌는데 그게 안타가 됐다"고 했다.

염경엽 감독과 이강철 수석코치 모두 김병현의 투구에 좋은 점수를 줬다. 오히려 일찍 바꾸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이제 김병현은 예전처럼 150㎞의 빠른 공으로 상대를 윽박지르지는 못한다. 그러나 완급조절로 상대를 유린하는 법을 배우고 그것이 완성단계에 이르고 있다. 새로운 김병현의 국내 정복이 시작되고 있다.
대전=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넥센 선발 김병현.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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