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핵잠수함' 김병현의 변신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과거에는 '칠테면 쳐봐'라는 식으로 정면승부에 집착했는데 완급조절로 상대하는 스타일을 몸에 입히고 있다.
김병현의 두번째 등판은 완급조절에서 더 많은 발전을 볼 수 있었다. 결정구인 슬라이더가 제대로 들어가면서 훨씬 안정적인 피칭을 했다. 이날 던진 109개 중 직구는 56개였다. 커브가 19개, 슬라이더가 21개였고, 체인지업 5개, 싱커 8개가 곁들여졌다.
1회말 직구로 카운트를 잡으려다 제구가 잘 되지 않으며 볼넷을 2개나 내주는 불안한 모습을 보인 김병현은 곧바로 변화구 위주로 패턴을 바꾸며 안정을 찾았다. 110㎞대의 커브로 카운트를 잡아나가면서 가끔씩 최고 141㎞의 직구로 타자의 눈을 적응시킨 뒤 2스트라이크 이후엔 직구처럼 오다가 꺾이는 120㎞대의 슬라이더로 헛스윙을 유도했다. 이런 패턴으로 김병현은 6회까지 안타를 하나도 맞지 않고 자신의 데뷔후 최다 탈삼진 기록인 7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한 타자만 잡았더라도 자신의 국내 무대 데뷔 후 최다 이닝기록을 세울 수 있었지만 이날은 6이닝 2안타 3실점 7탈삼진으로 스톱. 투구수 109개는 최다 투구 타이기록이었다.
김병현은 "힘이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안타를 맞고 볼넷을 내줬다"며 7회말에 대해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슬라이더 구사가 잘되고 있는 것에 만족하는 모습. "예전엔 슬라이더로 다양하게 던졌는데 오늘 슬라이더가 잘 됐다"고 했다. 정현석에게 맞은 안타가 아쉬움이 남았다. "2스트라이크 이후에 삼진을 잡을까 땅볼을 유도할까 하다가 병살로 잡아 빨리 이닝을 끝내려고 싱커를 던졌는데 그게 안타가 됐다"고 했다.
염경엽 감독과 이강철 수석코치 모두 김병현의 투구에 좋은 점수를 줬다. 오히려 일찍 바꾸지 못한 것을 아쉬워했다. 이제 김병현은 예전처럼 150㎞의 빠른 공으로 상대를 윽박지르지는 못한다. 그러나 완급조절로 상대를 유린하는 법을 배우고 그것이 완성단계에 이르고 있다. 새로운 김병현의 국내 정복이 시작되고 있다.
대전=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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