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데뷔 12년만에 처음으로 1군에 오르는 감격을 누가 알까.
야구를 놓기 싫었다. 2006년 배팅볼 투수로 선후배에게 공을 던졌다. 2007년엔 일본 독립리그 문을 두드렸다. 월봉 10만엔을 받고 2년을 뛰었다. 말이 안통해 너무나 힘든 시간. "우울증에 걸린 것 같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2009년에 한국으로 와 테스트를 받고 KIA에 신고선수로 입단했지만 1년만에 다시 방출됐다. 이 정도면 야구를 손에서 놓을 수도 있었지만 임세업은 끝까지 놓지 않았다. 경찰청에 입단해 2년간 열심히 뛰었다. 그리고 제대한 2011년 말 유승안 감독의 도움으로 한화에 테스트를 받고 신고선수로 들어갔다.
1년간 또 2군에서 열심히 뛴 임세업은 지난 3일 밤 1군으로 올라오라는 전화 한통을 받았다.
스스로 너무나 깜짝 놀랐다. 꿈인가 생시인가 했다. 1군에서 뛰는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겠다는 꿈이 이뤄지는 순간. 4일 벤치에서 시작할 것으로 생각하고 대전구장으로 갔더니 선발이란다. 전광판 9번 타자 자리에 임세업이란 이름이 찍혀있었다.
"별로 떨리거나 하지 않았는데 5시55분이 되니까 떨리기 시작했다"는 임세업은 "(김성한) 수석코치님께서 껌을 씹으라고 하셔서 씹었더니 좀 진정이 됐다"고 했다.
2회말 무사 1,2루서 첫 타석이 왔다. 희생번트 사인. 상대 투수 소사의 공에 착실하게 번트를 댔다. 4회말 두번째 타석에서 데뷔 첫 안타를 날렸다. 깨끗한 좌전안타를 날려 자신의 야구인생에 가장 기쁜 순간을 맞았다. 그러나 견제구에 아웃. 임세업은 8회말에도 안타를 터뜨려 데뷔전은 3타수 2안타의 멀티히트로 장식했다. "어떻게 쳤는지 전혀 기억이 안나 집에서 비디오를 계속 돌려봤다"고 했다.
경기가 끝난 뒤 많은 문자와 전화를 받았다. 일본 독립리그에서 같이 뛰었던 김무영(소프트뱅크)에게서도 "감동이었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의 야구인생을 지켜봤던 많은 지인들이 "뭉클했다"며 축하인사를 했다. 입단 동기로 가장 친한 친구인 삼성 조동찬은 "넌 잘 될 줄 알았다"라며 또한번 그에게 힘을 실어줬다.
12년전에 맛봤어야할 감동을 이제서야 느끼는 임세업. 자신의 장점을 꼽으라는 말에 "열심히하는 것 밖에 없다"던 그는 12년을 끈기로 버텨왔듯이 이번엔 1군에도 끈기로 버티며 조명탑 아래서 야구를 계속 하겠다고 했다. 5일 대전 넥센전에도 임세업의 이름은 9번-좌익수로 전광판에 찍혀있었다.
대전=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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