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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BC]해설가 박찬호, 데뷔전 어땠나?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3-03 17:04 | 최종수정 2013-03-04 06:14


2일 오후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2013 월드베이스볼클래식 1R 네델란드와 한국의 경기가 열렸다. 시합을 앞두고 해설자로 변신한 박찬호가 중계를 준비하고 있다.
타이중(대만)=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3.03.02.

'코리안 특급'이라는 애칭으로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를 호령하며 한국야구의 전설이 된 박찬호가 방송 해설가로도 특급 자질을 과시했다.

박찬호는 2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털구장에서 열린 한국과 네덜란드의 WBC 예선 1라운드 첫 경기에서 해설가로 데뷔전을 치렀다. 지난 시즌 한화에서 1년을 보낸 뒤, 선수생활을 마감한 박찬호는 전격적으로 마이크를 잡아들었다. 대표팀의 경기도 경기지만, 해설가 박찬호의 데뷔 소식에도 많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일단, 야구는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그렇다면 박찬호의 첫 해설에 대해서는 어떤 평가가 내려졌을까. 첫 해설이었지만 기대 이상으로 뛰어난 자질을 보여줬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특히 최근까지 선수생활을 했고, 한국-미국-일본에서 오랜 시간 프로선수로 생활을 했던 만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상황 설명이 참신했다는 칭찬이 이어졌다. 박찬호는 경기 전 "현재 인터컨티넨털구장에 바람이 외야에서 내야 방향으로 심하게 불고있다. 투수 윤석민이 큰 타구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외야 플라이로 맞혀잡는 피칭을 해도 될 것 같다"고 조언했다.

투수로서 경기를 읽는 눈도 뛰어났다. 박찬호가 "이 상황에서는 슬라이더가 한 번 더 들어가야 한다. 직구가 두 번 연속 들어갔기 때문에 슬라이더를 던지면 타자의 방망이가 따라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한 직후 윤석민은 슬라이더를 던졌고, 결과는 헛스윙 삼진이었다. 구속은 느렸지만 좋은 제구력으로 한국 타자들을 요리한 네덜란드 선발 마르크벌에 대해서도 "체인지업이 좋고 코너워크도 훌륭해 쉽게 볼 수 없는 투수"라고 경기 초반 일찌감치 경고의 메시지를 날리기도 했다. 메이저리그에서 숱하게 상대했던 앤드류 존스가 4회 중전안타로 1루에 출루하자 "존스는 도루를 할 일이 절대 없다. 윤석민이 타자 보하르츠에게만 신경쓰면 된다"고 설명했다. 박찬호는 존스가 2008년 무릎수술을 받은 사실을 알고있었기 때문. 하지만 박찬호의 바람과는 달리 윤석민은 흔들리며 보하르츠에게 볼넷을 내줘 위기를 맞았다. 후속타자 스미스의 안타 때 존스가 홈에서 아웃되지 않고 살았더라면 경기 분위기는 더욱 일찌감치 네덜란드쪽으로 넘어갈 상황이었다.

한국 대표팀 선수라고 해서 무조건 끌어안는 '애국 해설'을 배제한 것도 돋보였다. 3회말 1사에 타자는 1번 시몬스. 볼카운트 1B2S의 유리한 상황에서 윤석민은 주무기인 슬라이더를 던졌다. 시몬스의 타구가 뻗지 못하며 중견수 플라이가 됐다. 아웃카운트가 늘어난 후 중계 캐스터가 "아웃카운트 2개를 수월하게 잡았다"고 하자 박찬호는 곧바로 "하지만 마지막 공은 실투였다. 스트라이크 아웃을 잡기 위해 슬라이더를 던졌는데, 헛스윙을 유도하려면 더욱 낮게 들어가야 했다"고 지적했다.

물론, 박찬호 특유의 어눌한 발음 때문에 전달력 부분에 있어서는 의문부호가 붙기도 했다. 하지만 박찬호만의 참신한 해설로 이 부분을 충분히 상쇄했다는 평가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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