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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앤서니 마무리카드로 '최다 블론세이브' 불명예 씻을 수 있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2-20 13:48 | 최종수정 2013-02-20 13:50


◇2013시즌 KIA 마무리로 낙점된 외국인 투수 앤서니가 지난해 10월 3일 대전 한화 전에서 5-2로 앞선 8회 1사 후 등판해 공을 뿌리고 있다. 이날 경기는 사실상 앤서니의 마무리 투수 시험 무대였다고 볼 수 있다. 대전=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드디어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한 또 하나의 '밑그림'이 완성됐다. KIA가 우승의 키가 될 붙박이 마무리로 외국인 선수 앤서니 르루(31)를 낙점했다.

올해 초 팀의 첫 공식 훈련에 앞서 KIA 선동열 감독은 선수단을 앞에 두고 "올해 목표는 우승이다. 우리 팀의 역량으로는 충분히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선수들에게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 바 있다. 선 감독은 이를 위해 구체적으로 네 가지 로드맵을 제시했다. '부상 방지를 위한 자기관리와 극기', '기동력 강화 통한 팀 200도루 돌파', '확실한 마무리 찾기' 그리고 '수비력 강화'가 바로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꼭 필요한 네 가지 열쇠다.

우승을 위해서는 모두 동등한 비중을 지닌 중요한 화두다. 하지만 그 가운데 마지막까지 선 감독이 고심했던 부분이 바로 팀의 승리를 완성시켜 줄 '붙박이 마무리'의 낙점이었다. '자기 관리와 극기'는 이미 지난 시즌부터 선수단을 향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것이다. 특히 지난해 주전들의 잇다른 부상으로 4강 진출에 실패한 선수들 내부적으로도 크게 공감한 부분이어서 이미 원활히 지켜지고 있다. 또 '기동력 강화' 역시 기존의 이용규 김선빈 김원섭 안치홍 외에 FA로 '호타준족'의 김주찬을 영입해 자연스럽게 해결이 되는 분위기다. '수비력 강화'도 일찌감치 지난해 말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 때부터 선수들의 훈련량을 크게 늘리는 방법을 통해 만들어오고 있는 부분이다.

하지만 '마무리 확정'은 다소 시간이 오래 걸렸다. 팀 전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마무리인 만큼 보다 적합한 인물을 찾기 위해 선 감독은 깊이 심사숙고 했다. 지난해 4강에 오른 팀들은 한결같이 확실한 주전 마무리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승팀 삼성에는 '아시아 최고 마무리' 오승환이 있었고, SK나 롯데 두산 등에도 각각 정우람과 김사율, 프록터라는 뒷문지기들이 있었다. 모름지기 강팀이라면 한 시즌에 적어도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하는 마무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KIA는 지난해 이런 면에서 큰 약점을 보였다. 지난해 팀내 최다 세이브를 기록한 인물은 노장 최향남이었는데 겨우 9세이브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전체 8위의 기록으로 이 부문 1위인 오승환(37개)의 25%에도 못 미친다. 그러다보니 KIA는 지난해 다잡은 경기를 막판에 놓친 일이 많았다. 세이브 상황을 놓쳐 승리를 날린 블론세이브가 총 18번이나 돼 전체 1위의 불명예를 뒤집어 썼다. 세이브 상황에 확실한 마무리가 있었더라면 분명 순위는 달라질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래서 선 감독은 사실상 지난 시즌 막바지부터 '주전 마무리 확보'를 고민해왔다. 고심끝에 올해 스프링캠프가 시작되기 전까지 내린 결론은 '기존 선발진 중에서 고른다'였다. 에이스인 윤석민이나 베테랑 서재응, 외국인 투수들인 앤서니와 소사, 그리고 부활에 성공한 김진우 등 5명의 우완 선발요원들이 모두 후보군에 있었다. 선 감독은 지난 1월초 "윤석민도 마무리로 선택할 수 있다"며 무한경쟁을 예고했었다.

이러한 '마무리 경선'은 미국 애리조나 1차 마무리 캠프에서 앤서니와 김진우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김진우는 데뷔 첫 해였던 지난 2002년 포스트시즌 당시 마무리를 맡았던 경험도 있고, 150㎞를 넘는 묵직한 강속구에 아래로 크게 떨어지는 커브도 있어 구위와 경험면에서 점수를 땄다. 그러나 지난 시즌을 치르고 난 뒤 생긴 팔꿈치 통증이 문제였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신중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리느라 2월초에 겨우 캐치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결국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의 마무리 실전 데뷔는 힘들어진 상황이다.

결국 선 감독의 최종 낙점을 받은 인물은 앤서니다. 지난해 처음 한국무대를 밟은 앤서니는 선발로 31경기에 나와 11승13패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었다. 국내에서 마무리 경험은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10월 3일 대전 한화전이 유일하다. 이때 앤서니는 8회 1사 후 등판해 1⅔이닝 동안 1안타 4볼넷 1삼진 1폭투로 1실점을 기록했지만, 세이브는 달성했었다. 아무래도 경험이 적다보니 주자가 나간 상황에 제구력이 다소 흔들렸던 것이다. 어찌보면 이 등판은 선 감독이 앤서니의 마무리 가능성을 시험해본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구위나 캠프 페이스, 주자가 있을 때의 슬라이드 스텝 타이밍과 주자 견제능력 등에서 앤서니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이제 남은 것은 오키나와에서 치러지는 실전 연습경기를 통해 마무리로서의 새 보직에 적응하는 일 뿐이다. 과연 앤서니가 KIA의 뒷문을 확실히 틀어막아 우승의 희망을 지켜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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