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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한 또 하나의 '밑그림'이 완성됐다. KIA가 우승의 키가 될 붙박이 마무리로 외국인 선수 앤서니 르루(31)를 낙점했다.
하지만 '마무리 확정'은 다소 시간이 오래 걸렸다. 팀 전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마무리인 만큼 보다 적합한 인물을 찾기 위해 선 감독은 깊이 심사숙고 했다. 지난해 4강에 오른 팀들은 한결같이 확실한 주전 마무리를 갖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우승팀 삼성에는 '아시아 최고 마무리' 오승환이 있었고, SK나 롯데 두산 등에도 각각 정우람과 김사율, 프록터라는 뒷문지기들이 있었다. 모름지기 강팀이라면 한 시즌에 적어도 30세이브 이상을 기록하는 마무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KIA는 지난해 이런 면에서 큰 약점을 보였다. 지난해 팀내 최다 세이브를 기록한 인물은 노장 최향남이었는데 겨우 9세이브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전체 8위의 기록으로 이 부문 1위인 오승환(37개)의 25%에도 못 미친다. 그러다보니 KIA는 지난해 다잡은 경기를 막판에 놓친 일이 많았다. 세이브 상황을 놓쳐 승리를 날린 블론세이브가 총 18번이나 돼 전체 1위의 불명예를 뒤집어 썼다. 세이브 상황에 확실한 마무리가 있었더라면 분명 순위는 달라질 수 있었다는 뜻이다.
이러한 '마무리 경선'은 미국 애리조나 1차 마무리 캠프에서 앤서니와 김진우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김진우는 데뷔 첫 해였던 지난 2002년 포스트시즌 당시 마무리를 맡았던 경험도 있고, 150㎞를 넘는 묵직한 강속구에 아래로 크게 떨어지는 커브도 있어 구위와 경험면에서 점수를 땄다. 그러나 지난 시즌을 치르고 난 뒤 생긴 팔꿈치 통증이 문제였다. 큰 부상은 아니지만, 신중하게 페이스를 끌어올리느라 2월초에 겨우 캐치볼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로 인해 결국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의 마무리 실전 데뷔는 힘들어진 상황이다.
결국 선 감독의 최종 낙점을 받은 인물은 앤서니다. 지난해 처음 한국무대를 밟은 앤서니는 선발로 31경기에 나와 11승13패 평균자책점 3.83을 기록했었다. 국내에서 마무리 경험은 시즌 마지막 경기였던 지난 10월 3일 대전 한화전이 유일하다. 이때 앤서니는 8회 1사 후 등판해 1⅔이닝 동안 1안타 4볼넷 1삼진 1폭투로 1실점을 기록했지만, 세이브는 달성했었다. 아무래도 경험이 적다보니 주자가 나간 상황에 제구력이 다소 흔들렸던 것이다. 어찌보면 이 등판은 선 감독이 앤서니의 마무리 가능성을 시험해본 것이라고 할 수도 있다.
구위나 캠프 페이스, 주자가 있을 때의 슬라이드 스텝 타이밍과 주자 견제능력 등에서 앤서니는 일단 합격점을 받았다. 이제 남은 것은 오키나와에서 치러지는 실전 연습경기를 통해 마무리로서의 새 보직에 적응하는 일 뿐이다. 과연 앤서니가 KIA의 뒷문을 확실히 틀어막아 우승의 희망을 지켜낼 수 있을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