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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71)같은 노련한 지도자가 필요할까, 아니면 패기가 넘치는 참신한 새얼굴이 적합할까.
모기업의 전폭적인 투자가 기대되지만 KT 야구단은 어디까지나 프로야구의 막내 팀이다. NC 다이노스처럼 신인 드래프트 우선권이 주어지고, 2차 드래프트와 기존 구단의 보호선수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를 영입할 수 있지만, 전력 면에서 떨어질 수밖에 없다. 팀을 창단한 후 몇 년간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젊은 선수들을 착실하게 육성해 팀의 토대를 다져줄 지도자가 필요하다.
아무래도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를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다. 김성근 고양원더스 감독이 10구단 창단이 결정되기 전부터 거론되는 이유다.
시각에 따라 다른 평가가 있을 수 있겠지만, 김성근 감독은 한국시리즈 10회 우승에 빛나는 김응용 한화 이글스 감독(72)과 함께 역대 최고의 감독으로 꼽히는 야구원로다. 김응용 감독으로부터 '야신(야구의 신)'이라는 찬사까지 받았던 김성근 감독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4년 간 3차례나 SK 와이번스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그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데, 지도력에 물음표를 다는 야구인은 거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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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채 KT 회장도 공식석상에서 김성근 감독에 대한 호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러나 빛과 함께 그림자도 있다. 자기 주장이 강해 구단과 마찰이 잦고, 새롭게 출발하는 구단 이미지에 맞지 않는다는 평가도 있다. 김성근 감독은 구단 입장에서 보면 껄끄러운 존재일 수 있다.
그는 지난해 8월 말 고양원더스와 2년 재계약을 하면서 앞으로 프로팀을 맡지 않겠다고 했다. 프로행의 명분은 다시 만들 수도 있겠지만 스스로 한 말을 거둬들여야 하는 부담이 크다. KT가 노련한 지도자에 무게를 둔다면 김성근 감독 외에 쌍방울과 두산, 한화 사령탑을 역임한 김인식 KBO 기술위원장(66)도 고려해볼 수 있다. 김응용 감독의 복귀와 함께 어느 때보다 베테랑 지도자를 수용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프로야구다.
반면 한국 프로야구사에 의미가 큰 10구단, 신생팀은 참신한 요소가 필요하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새로운 유니폼, 새로운 팀 이름만으로 줄 수 없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경험이 풍부한 지도자가 당장 팀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기존 팀과의 차별화를 이루기 어렵다. 기존의 어느 팀보다 의욕이 넘치는 KT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KT는 프로야구의 막내이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통신기업답게 KT만의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개념의 마케팅을 계획하고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싶어 한다. 기존 구단의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는 야구인으로는 이런 목적을 달성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
야구계 일각에서는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다른 팀에서 감독을 경험하지 않은 지도자, 스타 선수 출신으로 리더십을 갖춘 젊고 참신한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KT는 KBO 총회에서 유치 승인이 나는대로 코칭스태프 구성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