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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10구단 KT 숨은공신 초콜릿의 비밀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3-01-13 10:48


제10구단 창단을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KT와 부영그룹이 10일 오후 삼성동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평가위원들을 대상으로 프리젠테이션을 가졌다. 주영범 KT 스포츠단 단장, 염태영 수원시장, 이석채 KT회장, 김문수 경기지사가 프리젠테이션을 마친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삼성동=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3.01.10/



"프로와 아마추어같았다."

수원-KT가 프로야구 10구단의 주체로 결정되고 난 뒤 흘러나온 말이다.

10구단의 운명을 좌우한 평가위원회 프레젠테이션(10일)과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11일)의 분위기를 전해들은 관계자들이 이렇게 말했다.

KBO는 11일 이사회 결과를 발표하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수원-KT를 10구단 주체로 선정, 임시 총회 승인을 요청키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밀유지 원칙에 따라 양측의 평가점수가 구체적으로 몇점인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부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수원-KT의 완승이었다고 한다.

수원-KT가 승리를 거둔 이유는 널리 알려진 상태다. 구단 운영의 지속성과 재정능력, 10구단 준비상태와 진정성, 흥행성 등의 측면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란 사실은 평가위가 열리기 전부터 입증된 것이었다. 평가결과를 공개되지 않았다 뿐이지 그동안 언론과 야구계의 검증과정에서 나온 관측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원-KT측은 겉으로 알려진 신청서 내용의 우월성만 봐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평가위의 최종관문인 프레젠테이션에서 평가위원들의 마음을 끌기 위해 꺼내든 히든카드가 있기 때문이다. 이 히든카드는 수원-KT가 강조하는 진정성에 쐐기를 박은 특급 숨은공신이었다.

단순한 초콜릿이 아니다


수원-KT측이 이사회 결과가 나오고 나서야 공개한 히든카드는 초콜릿이다. 프레젠테이션 당시 분위기를 전해들은 한 관계자는 "평가위원들이 심사를 하면서 초콜릿을 맛있게 먹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얘기를 듣고 승리할 것이라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평가위원들은 면밀한 심사과정 등을 거치느라 6시간여 동안 호텔 회의실에 갇혀 있었다. 오랜시간 회의를 거치다보니 간단한 다과가 제공되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이날 등장한 초콜릿은 KT가 치밀하게 준비한 것이었다. 지난 7일 신청서를 접수할 때 작은 라면 상자 크기 상자에 방대한 분량의 신청서를 담았는데 그 안에 초콜릿도 정성스레 동봉했다는 것이다. 수원-KT는 신청서를 접수할 때 형식적인 신청서라 부르지 않고 '수원시민의 염원이 담긴 러브레터'라고 명명해 스토리텔링을 시도했다. 신청서 접수에 참가했던 이석채 KT 회장, 김문수 경기도지사, 염태영 수원시장 등이 배번 '10'이 찍힌 야구점퍼로 통일한 것과 같은 이유에서였다. 10구단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깊은지, 섬세한 부분까지 준비할 만큼 철저하게 대비했는지 어필하기 위해서였다. 이같은 감성 호소전략의 화룡점정이 바로 초콜릿이었다. KT 관계자는 "러브레터에 달콤한 사랑을 상징하는 초콜릿을 통해 수원-KT의 야구 애정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사실 KT는 '평가위원들이 신청서 상자를 개봉하는 순간 초콜릿을 발견하고 대수롭지 않은 듯 한쪽으로 치워버리면 어떻게 하나'하고 내심 걱정했단다. 하지만 평가위원들은 초콜릿을 즐기며 피로도 풀었다. KT는 "평가위원들이 초콜릿에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자연스럽게 이해했기 때문 아니겠냐"고 말했다. 자칫 대수롭지 않게 그냥 지나칠 수 있는 부분까지 세심하게 정성을 담자는 것. 이것이 바로 KT가 강조한 진정성의 완성도를 높여주는 최고의 양념이었다.

회장, 시장도 달달 외웠다

10구단 유치과정에서 양측이 가장 심혈을 기울 것이 프레젠테이션이다. 신청서에서 제 아무리 거창하게 비전과 계획, 당위성을 주장한들 무슨 소용이 있는가. 평가위원들 앞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갖는 설명회에서 충분하게 설명하지 못하면 진정성에 의심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지난 10일 열린 프레젠테이션에서 발표시간(1시간)보다 많은 시간(1시간30분)에 걸쳐 꼼꼼한 질문과 답변이 오갔다. 평과 과정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프레젠테이션 자료준비, 편집, 설명기법 등 전반적으로 수원-KT가 훨씬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프로와 아마의 차이 같았다는 말도 그래서 나왔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준비된 여성 대통령'이 탄생하듯이 준비된 수원-KT를 당해낼 수가 없었다. 사실 수원-KT 10구단 TF팀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이석채 회장과 염태영 시장, 주영범 KT 스포츠단 단장 등 프레젠터들의 열정때문이다. 프레젠테이션에 참석한 이들은 프레젠테이션에 소개될 내용은 물론 신청서에 담겨진 방대한 내용들을 달달 외우다시피 꿰뚫고 있었다고 한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수원-KT가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한 것은 1년이 넘는다. 그동안 수백 차례에 걸쳐 자료를 보고하고 검토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이들 고위층은 10구단 유치운동 준비상황을 자연스럽게 익혔다. 그러다보니 프레젠테이션 이후 날아들 수 있는 예상 질문도 웬만한 것은 미리 정해놓고 대비할 수 있었다. KT는 "고위층이 출현하는 것만으로 힘을 실어줄 게 아니라 PT 내용을 숙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보여줌으로써 진정성을 강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회장은 유명인사 초청강연을 즐기는 것은 물론 본인도 각계 강연자로 나서는 등 발표 마니아였고, 민주당 부대변인 출신인 염 시장은 수원지역에서 이미 '행사 바람잡이'라는 소릴 들을 정도로 전문 아나운서 뺨치는 말솜씨의 달인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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