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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포스트시즌은 분위기 싸움이라고 하는데 예상하지 못했던 선수가 맹활약을 펼치기도 하고, 수비 실책, 주루 미스가 경기 흐름을 바꿔놓기도 한다. 매 경기가 결승전인 포스트시즌, 불펜이 총동원 된다. 양팀 사령탑은 한 박자 빠른 투수 교체로 상대 벤치를 압박한다. 포스트시즌이 되면 타자는 상대 투수 공략법을 파고들고, 투수는 타자의 성향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마운드에 오른다. 그래서 집중타가 쉽게 나오기 어렵다.
8일 준PO 1차전을 보자. 롯데는 7회까지 3-5로 끌려갔다. 두산 불펜이 강하다고는 볼 수 없지만 경기 흐름상 1차전을 내주는 듯 했다. 그런데 8회초 대타 박준서가 2점 홈런으로 5-5 동점을 만들더니, 연장 10회 집중력을 발휘해 3득점, 8대5 역전승을 만들어 냈다. 박준서의 동점홈런이 가라앉았던 팀 분위기를 살려 놓은 것이다.
9일 준PO 2차전은 더 극적이었다. 1-1로 맞선 9회초 용덕한이 1점짜리 결승 홈런을 쏘아올렸다. 용덕한은 눈 부상으로 빠진 강민호 대신 선발로 나선 백업선수다. 더구나 이번 시즌 중에 두산에서 이적한 선수이기에 더 극적이었다. 롯데는 용덕한의 이 한방 덕분에 2연승을 거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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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준PO 4차전에서는 2회초 윤석민의 1점 홈런을 앞세운 두산이 후반까지 리드를 했으나 로데의 뒷심에 무너졌다. 3-0으로 앞서가다가 8회말 3점을 내주며 동점이 됐고, 연장 10회 포수 실책으로 결승점을 내줬다. 투수교체 실패와 실책이 겹치면서 자멸한 것이다.
홈런의 위력은 PO 1차전에서도 확인 됐다. SK 4번 타자 이호준은 2회말 1점 홈런으로 선제점을 기록했다. 6회초 롯데에 1-1 동점을 허용한 SK는 6회말 뽑은 1점을 끝까지 잘 지켜 이겼는데, 이호준의 홈런이 초반 흐름을 SK쪽으로 돌려놨다고 봐야 한다. 이호준의 홈런은 또 선발 김광현의 6이닝 탈삼진 10개, 1실점 역투의 발판이 됐다. 이호준 홈런 덕분에 김광현은 1차전 선발 등판의 부담을 덜 수 있었다.
홈런에 울고 웃는 포스트시즌이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