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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즌 동안 규정타석을 채운 타자들중 타율이 2할 언저리인 경우를 볼 수 있다. 이런 타자는 다음해에 반드시 성적을 끌어올려야 한다. 만약 두해 연속으로 이런 케이스에 해당된다면, 그 타자는 수비력이 좋아도 세번째 시즌엔 규정타석을 뛰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기회를 얻고도 한시즌의 결과물이 일정 수준에 미치지 못하게 되면, 그게 두해 연속이 되면, 차후 기회를 갖기 어렵다는 게 바로 코치가 말한 속뜻이다. '주전선수'란 타이틀은 그래서 소중하면서도 어려운 자격이다. 기회인 동시에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물을 보여줘야하는 의무가 따른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멘도사 라인'이라는 용어가 왜 의미가 있는지를 광범위하게 이해할 수 있다. '멘도사 라인에 있는 선수'란, 규정타석을 채운 프로야구 전체 타자 가운데 타율이 최하위급인 타자를 뜻한다. 때론 2할 언저리일 수도 있고, 물론 그보다 아래일 수도 있다. 타자들이 멘도사 라인을 벗어나기 위해 어떻게든 애쓰는 건, 그 위치에 있는 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롯데 황재균이 타율 1할9푼이다. KIA 신종길이 8푼3리. 넥센 박병호가 1할7푼1리, 삼성 배영섭이 1할7푼8리다. 같은팀 최형우도 1할7푼8리에 머물고 있다. 한화 최진행은 8푼8리. 1할대는 아니지만 넥센 오재일과 SK 박정권도 2할에 그치고 있다. 규정타석을 채우고 있다는 건 곧 주전을 의미한다. 주전선수가 타율 2할을 못 넘는 건, 비록 시즌 초반이긴 해도 정신적 고통일 수밖에 없다.
자, 이제 어떻게 헤쳐나오느냐가 중요하다. 멘도사 라인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두가지다. 타율을 끌어올리는 게 첫째이자 가장 좋은 과정이다. 또하나는 지지부진한 타율에 그치다 점차 기회를 잃게 되면서 규정타석 미달로 전체 타격 순위에서 빠지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비슷한 시점에 규정타석을 채운 1할대 타자가 더 많았다. 지난해 개막 초반, 프로야구가 44경기를 소화한 시점에 LG 박경수(0.171), 삼성 김상수(0.138) 박한이(0.143), KIA 김상현(0.132), 넥센 알드리지(0.190), 넥센 장영석(0.152), 롯데 조성환(0.182), 한화 이대수(0.194) 최진행(0.195) 등이 2할 미만의 타율을 기록중이었다.
한화 이대수가 본보기가 될만한 사례다. 지난해 시작은 미미했지만, 시즌이 끝나는 날에 그는 타율 3할1리, 8홈런, 50타점, 8도루의 성적을 남겼다. 생애 첫 유격수 골든글러브도 획득했다. 삼성 김상수도 이맘때 멘도사 라인에 있었지만 결국엔 타율 2할7푼8리, 2홈런, 47타점, 29도루로 삼성의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한화 최진행은 또 어떤가. 타율을 2할7푼6리까지 끌어올리면서 19홈런 85타점의 성적을 냈다.
2012시즌이 개막한 뒤 2주 남짓한 시간이 흘렀을 뿐이다. 황재균 신종길 박병호 배영섭 최형우 최진행 등 현재 부진한 타자들은 결국엔 멘도사 라인을 벗어나 상승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모두 높은 선수들이다. 이미 검증이 됐거나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는 선수들이다.
삼성의 경우 지난해 배영섭과 최형우가 사실상 타선을 이끌었다. 이 둘이 아직 1할대에 머물고 있다는 건, 역으로 생각하면 삼성 타선이 앞으로 훨씬 강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넥센이 시즌 초반에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박병호는 1할대 타율에 그치면서도 타점 공동 5위(9개)에 올라있다. 박병호가 타율마저 끌어올린다면 넥센은 다른 팀과의 화력 대결에서 더 잘 버틸 수 있을 것이다. 가뜩이나 잘 치는 롯데 타선에서 황재균까지 살아난다면?
결국 또하나의 볼거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들 가운데 누가 타율을 먼저 끌어올리느냐에 따라 팀타선의 무게감이 앞으로 달라질 것이다. '멘도사 라인'은 또다른 관전포인트다. 아직 시즌은 10%도 진행되지 않았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