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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현 솔직 인터뷰 "욕하려면 지금 해달라"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2-04-10 23:41 | 최종수정 2012-04-11 08:10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롯데 정대현은 지난 1월 사이판 전지훈련에서 갑작스럽게 왼쪽 무릎에 통증을 느꼈다. 무릎에 찬 물을 빼는 응급조치를 받은 후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에 합류했다. 하지만 탈이 크게 났다. 연골판이 찢어져 결국 2월21일 일본 오사카에서 수술을 받았다. 그 후 정대현에 관한 어떤 소식도 들을 수 없었다. 두문불출하던 정대현과 늦은 밤 어렵게 전화가 닿았다. 차분한 목소리로 현재 몸상태와 심경을 전했다.

가장 궁금한 무릎 상태에 대해…

정대현은 현재 서울의 한 전문 재활센터에서 재활훈련에 열중하고 있다. 구단이 그를 방치하는 것은 아니다. 정대현은 "하루종일 개인 트레이너가 내 운동을 도와준다. 상동 재활군에 있는 트레이너가 나만 돌볼 수는 없지 않나. 최선의 방법이었다. 물론 구단과 충분한 상의를 거친 후 결정한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무릎 상태는 많이 호전됐다. 정대현은 "지난 4일 오사카에 건너가 물을 빼고 상태를 점검했다. 통증은 많이 줄어들었다. 걸을 때 느낌이 확실히 다르다. 많이 편해졌다"고 했다. 물이 다시 찬 것은 수술 후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앞으로 한두번 더 물을 빼고 체크하면 치료는 끝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서울에서는 오는 12일까지 재활훈련을 한다. 운동을 할 수 있는 몸상태를 만드는, 말 그대로 기초재활이다. 수술 후 생긴 붓기를 빼고 무릎에 힘을 줄 수 있게 도와준다. 이후 부산으로 내려가 재활군에서 훈련을 이어갈 예정이다. 정대현은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라고 한다. 아침부터 오후까지 재활에만 몰두하고 있다. 지금 페이스라면 이달 말부터 가볍게 러닝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본인이 예상하는 복귀 시점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정대현은 "느낌은 괜찮다. 그러나 정확히 언제라고 말할 수 없다. 마음은 당장 다음달에라도 던지고 싶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몸을 만들어 확실히 공을 던질 수 있을 때 마운드에 오를 것"이라고 답했다.


 사진제공=롯데자이언츠
책임감, 의욕이 화근이었다는 것에 대해…

정대현은 계약기간 4년 총액 36억원에 롯데와 FA 계약을 맺었다. 정대현을 잘 아는 지인들은 "책임감이 매우 강한 스타일이다. 많은 돈을 받은 만큼 의욕적으로 운동하다 부상이 왔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정대현 본인도 이 부분을 인정했다. 정대현은 "계약 후 의욕이 넘쳤고 뭔가 보여줘야한다는 생각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여기서 드는 의문. 아무리 의욕이 넘친다지만 프로 12년차 베테랑이 통증을 참으면서까지 무모하게 훈련을 이어갔을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자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정대현은 "맹세코 아프지 않았다. 그런데 사이판에서 훈련 도중 정말 갑작스럽게 통증이 생겼다. 나도 당황스러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정대현이 무릎이 아픈 것을 숨겼다는 얘기가 나왔다. 메이저리그 볼티모어와의 계약이 성사되지 않은 것이 무릎 때문이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하지만 정대현은 "절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미세한 통증이었다. 참고 훈련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런데 쉽게 없어지지 않아 불안감이 들었었다"고 했다. 이어 "SK 시절 매년 오키나와에서만 훈련하다 사이판에 가니 날씨도 덥고 몸만들기 좋은 환경이었다. 겨우내 부족했던 부분을 빨리 메우고 싶었다. 욕심이 생겼었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몸을 만들지 못한 상태에서 무리한 측면도 있었던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두 번째 의문. 2월14일 가고시마 캠프에서 실시한 하프피칭이었다. 양승호 감독은 "천천히 해도 좋다"고 피칭을 만류했지만 정대현 스스로 40여개의 공을 던졌다. 피칭 도중 통증이 재발해 결국 수술대에 올랐다. 왜 그랬을까. 정대현은 "통증이 계속 있었다. 정말 많은 고민을 했다. 참고 하는게 맞는건지, 수술하고 몸을 잘 만들어 후반기 팀에 기여하는게 맞는건지에 대해 말이다. 직접 시험해보고 싶었다. 시험 결과 당장은 던질 수 없다는 성적표를 받아든 것"이라고 밝혔다.

솔직한 지금 심경에 대해 …

야심차게 정대현을 영입한 롯데 구단, 그리고 롯데를 응원하는 많은 팬들은 정대현의 수술 소식에 허탈해했다. 최고의 잠수함인 정대현의 영입으로 불펜을 강화, 우승도 가능하다는 장밋빛 꿈에 부풀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장 힘든건 정대현 본인이다. 그는 던지고 싶다. 좋은 대우를 받은 만큼 그에 대한 보답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던지지 못하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여기에 자신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정대현은 "나에 대한 안좋은 얘기들이 많이 나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지금까지 많은 성원을 받으며 야구를 해왔다. 욕을 먹을 때는 먹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욕하실 분들은 지금 많이 해달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정대현도 야구선수이기 전에 한 사람이다. 그는 "팬들께 미안한 마음이다. 그런데 선수도 많이 힘들 수 있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양승호 감독에게도 미안한 마음이다. 정대현은 "감독님께서 부담을 주신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너무 편하게 대해주신다"면서 "너무 감사하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부담도 된다. 어떤 때는 '정신차려라'라고 호통쳐주셨으면 할 때도 있다"고 밝혔다. 책임을 중요시하는 그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대목이다.

정대현은 결론을 냈다. 말보다는 야구로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해보이는 것이 지금의 아픔을 치유할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이다. 정대현에게 "팬들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진짜 할 말이 없다"고 했다. 섣불리 "언제 돌아오겠다", "어떤 성적을 거두겠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묵묵히 재활에 임해 하루빨리 마운드에 서는 것이 팬들에게 보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메시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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