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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는 요즘 혹독한 시험을 받고 있다. 지난 14일 SK와의 연습경기(2⅔이닝, 5안타 4실점 2탈삼진 1볼넷)에 이어 21일 롯데와의 시범경기(3⅓이닝, 6안타<1홈런> 4실점 2탈삼진 1볼넷)에서도 컨디션 난조를 보였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연습경기 2경기서 4⅔이닝 동안 2안타 5탈삼진 무자책점 행진을 벌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한화 구단 측은 아직 쌀쌀한 날씨 탓도 있고, 이제 시즌을 준비하는 중이라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한다.
홈 구장으로 사용해야 하는 청주구장이다. 한화는 대전구장 리모델링 공사 때문에 4월 한 달 동안 청주구장에서 12차례 홈경기를 치러야 한다.
아직 보직이 결정되지 않았지만 박찬호가 올시즌 선발 임무를 맡는다면 2차례 정도 청주구장 마운드에 설 가능성이 있다. 만약 불펜으로 보직이 결정되면 등판 횟수는 2배로 늘어나게 된다.
21일 롯데전은 박찬호의 청주구장 과제를 잘 보여준 경기였다. 박찬호는 구속 123㎞ 커브를 실투하는 바람에 롯데 황재균에게 좌중간 110m짜리 홈런을 맞았다.
사실 청주구장이었기에 나온 홈런이었다. 청주구장은 중앙 펜스까지 거리가 110m로 국내 구장 가운데 가장 짧은 곳이다. 특히 펜스가 반원형으로 휘어진 각도가 잠실구장 등 대형 구장에 비해 크게 완만하다. 펜스가 높은 사직구장이나 펜스 각도가 깊게 패인 잠실구장이었다면 이날 황재균의 타구는 장타이거나 수비 위치에 따라 플라이로 잡힐 수 있는 것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청주구장은 지난해 경기당 평균 홈런이 2.6개로, 국내 9개 구장 가운데 가장 많은 홈런을 양산하는 등 '한국판 쿠어스필드'로 통한다. 홈런공장이라는 대전구장(평균 1.84개)보다도 배 가까이 많았다.
이런 청주구장의 맹점은 플라이볼 유형의 투수에 가까운 박찬호에게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박찬호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17년간 활약하는 동안 평균 0.79의 땅볼/플라이볼 비율(GB/FB) 비율을 기록했다. 플라이볼 100개 대비 그라운드로 깔리는 타구를 맞는 경우가 75개라는 의미다.
박찬호의 땅볼/플라이볼 비율은 2007년대까지 0점 중반대를 유지하다가 2008년부터 나이 때문에 변화구를 이용한 땅볼 유도를 늘리면서 다소 높아졌지만 전체 평균으로는 플라이볼 처리 능력이 앞서는 스타일이다.
팀내에서 땅볼 유도 능력이 가장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는 용병 투수 브라이언 배스와 비교하면 한눈에 알 수 있다. 배스는 2008~2010년 3년간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할 때 GB/FB는 1.49로 박찬호의 배에 가깝다. 땅볼아웃/플라이아웃 비율(GO/AO) 역시 배스가 2.35인 반면 박찬호는 1.11에 불과하다.
이처럼 뜬공을 유도하는 경우가 많은 박찬호에게는 웬만한 긴 타구가 홈런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청주구장 특성이 곤혹스러울 수 밖에 없다.
그것도 청주구장 경기는 시즌 초반에 펼쳐지게 된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고, 한국에서 새출발을 시작하는 시점이라 자칫 삐끗하면 한 시즌이 힘들어질 수 있다.
이제 박찬호는 '청주구장 트라우마'에 걸리지 않기 위해 또다른 사투를 벌여야 한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