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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우가 LG 팬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첫 등판부터 남달랐다.
LG 임정우는 22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SK와의 시범경기에 선발등판했다. 공교롭게도 지난 시즌 몸담았던 SK전이었다. 임정우는 지난해 말 조인성의 FA이적에 따른 보상선수로 LG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임정우가 직구만을 던진 건 LG 코칭스태프의 주문이었다. 임정우는 오키나와 캠프부터 제구 불안으로 자신감이 떨어져 있던 상황. 3경기서 11이닝 5실점을 기록했다. 마지막 등판은 지난달 29일 세이부전. 3주가 넘도록 실전 등판이 없었다. 이날 등판은 임정우가 직구만을 던져도 통한다는 것을 확인시켜주면서 기를 살려주려 한 것이다.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8개의 안타를 내줬지만, 직구만으로도 위기를 넘겨냈다. 실점은 2점에 불과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건 볼넷이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다. 스트라이크존으로 공을 넣으며 자신감을 회복해갔다. 스피드를 조절해가며 완급조절을 익히는 효과도 있었다.
서울고를 졸업한 임정우는 2011신인드래프트서 4라운드 전체 26순위로 SK에 지명됐다. 상위라운드는 아니었지만, 지난해 신인 중 유일하게 1군 경기에 등판할 정도로 기대를 모았다. 지난해 기록은 4경기서 1세이브 방어율 0. 시즌 막판 1군에 올라오기 전 두산 2군을 상대로 완봉승을 거두기도 했다. 경기 전 만난 SK 이만수 감독은 "우리 팀에서 선발로 키우려고 했던 투수"라며 "정말 좋은 공을 갖고 있다. LG에서 잘 됐으면 좋겠다"고 평했다.
임정우는 사실 최고 145㎞대 직구에 수준급의 슬라이더와 커브를 구사한다. 지난해 2군서 밤낮으로 공을 던지며 서클체인지업까지 장착했다. 하지만 이날 LG 코칭스태프는 직구만 던지게 하는 색다른 방법을 꺼내놨다. 지난 20일 두산전에서 왼손투수만 6명을 내보낸 것에 이은 차명석 투수코치의 두번째 작품이었다.
LG 코칭스태프는 임찬규와 함께 임정우를 선발의 한 축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이를 위해선 가장 먼저 임정우에게 두려움을 없애주고, 자신감을 불어넣어야만 했다. 임정우가 다음 등판 때 어떻게 달라진 모습을 보일지 궁금해진다.
잠실=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