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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아프지 않고 제 공을 던져야죠."
다시 공을 잡은 마무리캠프. 이재학은 NC에 지명됐다는 어리둥절한 소식을 듣고, 일본에서 곧장 귀국길에 올랐다. 운동은 곧바로 이어졌다. 귀국한지 하루만에 NC 제주캠프로 내려가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김경문 감독을 비롯해 두산서 가르침을 받았던 코칭스태프가 많아 어색함은 없었다. 그저 성실히 스케줄대로 움직였다.
이런 이재학은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놀라운 모습을 보였다. 부상 전 130㎞대 중반에서 직구 최고구속이 형성됐지만, KIA와의 첫번째 연습경기에서 최고 구속 140㎞를 가볍게 넘겼다. 사이드암투수 특유의 지저분한 볼 끝에 구속까지 얻은 것. 이재학은 이에 대해 "시즌 들어가봐야 알 수 있게지만, 더 올라갈 수도 있을 것 같다"며 미소지었다.
이재학은 '밸런스'를 구속 상승의 이유로 꼽았다. 예전에는 팔만을 이용해 공을 던졌지만, 이제 허리와 하체를 쓸 줄 알게 됐다는 것이다. 두산 마무리훈련 때부터 조금씩 느끼던 것을 NC에 온 뒤 최일언 투수코치의 교정으로 확실히 잡았다고.
이재학은 KIA 넥센과의 연습경기에 선발로 나와 2경기서 6이닝 1실점으로 김경문 감독을 흡족케 했다. 김 감독 역시 "재학이가 자기 공을 던진다. 선발로 자리잡는다면 팀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본인의 느낌은 좀 달랐다. 이재학은 "팔이 아프지 않은 게 가장 좋다"고 했다. 시즌 내내 재활에만 매달려 보니 아프지 않은 것의 소중함을 알았다고 했다.
이재학은 직구 슬라이더 투심패스트볼 체인지업을 골고루 구사한다. 특히 직구 슬라이더 투심패스트볼의 지저분한 볼끝이 매력적이다. 그는 "직구의 스피드는 두번째다. 타자 앞에서 움직이는 무브먼트에 신경쓰겠다"며 "스피드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했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와는 달리 스피드도 따라왔다. 이재학이 계속해서 '자기 공'을 던진다면, 선발 자리 역시 무난히 따라올 것으로 보인다. 이재학은 "1,2년차 땐 보여주는데 신경쓰다보니 몸에 무리가 왔다"며 "이젠 몸관리 잘 하는 선수가 되겠다. 내 공을 던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