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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 밀어친 2개의 안타가 갖는 희망의 메시지

권인하 기자

기사입력 2012-02-12 14:46 | 최종수정 2012-02-12 15:22


오릭스 이대호의 첫 실전은 성공적이었다.

이대호는 11일 미야코지마 전지훈련에서 첫 자체 홍백전에 나서 예정된 2타석에서 모두 안타를 터뜨렸다. 2회 첫 타석에서 지난해 10승을 거둔 니시 유키와 맞붙어 초구에 밀어쳐 우전안타를 만들더니 4회 두번째 타석에서도 초구를 우측으로 보내 안타를 기록했다. 2타수 2안타. 이날 홍백전에 한신, 롯데 등 무려 6개 구단의 전력분석원이 찾아 이대호에 대한 일본프로야구의 관심을 읽을 수 있었다. 스포츠닛폰 등 일본의 스포츠 언론들도 모두 이대호의 2안타를 비중있게 다뤘는데 구단에서도 이대호의 첫 타격에 만족스런 반응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이날 캠프를 찾은 미야우치 요시히코 오너는 "이것이 유명한 이대호 선수인가. 배트 중심에 맞혀 강한 타구를 쳤다"고 했고, 오카다 아키노부 감독은 "방망이가 나오는 게 좋다. 저런 타격은 타율을 높인다"라며 "4번타자가 저렇게 치면 상대는 싫어할 수 밖에 없지"라고 기쁜 듯한 반응을 보였다.


오릭스 이대호가 2월 11일 자체 홍백전에서 우전 안타를 친 뒤 달려나가고 있다. 사진제공=무로이 마사야
이날 단 두번의 타석이었지만 이대호가 두번 모두 밀어치기로 안타를 만들어낸 것은 주목해봐야할 점이다. 일본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것이 밀어치기이며, 이대호가 가지고 있는 장점 또한 바로 밀어치기이기 때문이다.

이대호가 일본 진출을 선언했을 때 많은 야구 관계자들이 밀어치기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했다. 바깥쪽 공을 밀어친다면 타율 3할도 가능하고 상대의 변화구에 대한 대처도 가능하게 된다는 것. 밀어치기를 잘 한다는 것은 왼쪽 어깨가 일찍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공을 끝까지 보고 칠 수 있어 유인구에 속는 비율이 낮아지고 그만큼 타격의 정확도도 높아진다. 이승엽이 일본에서 내리막길을 탔던 것도 밀어치기 부족이 한 원인이었다. 상대 수비가 우측으로 치우쳐 수비하는 '이승엽 시프트'를 할 정도로 이승엽은 당겨치기 일변도로 공격을 했었다.

이대호가 한국에서 최고의 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힘과 정교함을 갖췄기 때문이다. 당겨치는 것만 아니라 밀어치기에도 능해 어느 공이든 코스대로 칠 수 있다. 부챗살 타법을 바탕으로 이대호는 2년 연속 3할5푼 이상의 높은 타율을 올리며 타격왕을 할 수 있었다.

이대호와 상대하는 투수는 바깥쪽 공을 많이 던진다. 자칫 몸쪽으로 던졌다가 가운데로 몰릴 경우 장타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대호는 상대투수의 실투를 장타로 연결하면서 바깥쪽으로 제구가 잘 된 공은 우측으로 밀어쳐 안타를 양산해 좋은 타율을 기록할 수 있었다.

7관왕에 올랐던 2010년이나 지난해의 홈런 방향을 보면 이대호의 밀어치기 성향을 잘 알 수 있다. 44개의 홈런을 친 2010년엔 좌월 홈런이 19개, 좌중월 홈런이 7개로 26개가 좌측으로 날아갔지만 우월홈런도 6개가 나왔고, 우중월이 1개, 중월 홈런 11개 등 밀어쳐서도 18번이나 담장을 넘겼다. 40.9%가 밀어쳐서 넘긴 홈런이었다. 지난해도 그랬다. 홈런수는 줄었지만 방향은 비슷했다. 27개의 홈런 중 17개가 좌월, 좌중월 홈런이었고, 밀어친 홈런은 10개로 37%의 비율이었다.

힘이 있어 밀어쳐서도 홈런을 날릴 수 있기 때문에 이대호는 홈런을 노리는 스윙을 하지 않는다. 정확히 맞히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상황 판단도 뛰어나다. 항상 풀 스윙을 하지도 않는다. 득점권에 주자가 있고 꼭 1점이 필요한 경우 툭 갖다 맞히는 타격으로 안타를 생산하기도 한다. 이대호가 타석에 설 때 외야수는 장타를 의식해 담장 근처까지 수비위치를 뒤에 두기 때문에 웬만한 안타가 나오면 2루주자가 홈을 밟을 수 있다. 제구가 제대로 된 떨어지는 변화구도 안타로 연결할 수 있는 비결이다.

한국에서처럼 일본에서도 자신의 스타일로 타격을 하며 컨디션을 높이고 있는 이대호. 출발이 좋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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