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릭스 이대호의 첫 실전은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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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가 일본 진출을 선언했을 때 많은 야구 관계자들이 밀어치기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했다. 바깥쪽 공을 밀어친다면 타율 3할도 가능하고 상대의 변화구에 대한 대처도 가능하게 된다는 것. 밀어치기를 잘 한다는 것은 왼쪽 어깨가 일찍 열리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공을 끝까지 보고 칠 수 있어 유인구에 속는 비율이 낮아지고 그만큼 타격의 정확도도 높아진다. 이승엽이 일본에서 내리막길을 탔던 것도 밀어치기 부족이 한 원인이었다. 상대 수비가 우측으로 치우쳐 수비하는 '이승엽 시프트'를 할 정도로 이승엽은 당겨치기 일변도로 공격을 했었다.
이대호가 한국에서 최고의 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힘과 정교함을 갖췄기 때문이다. 당겨치는 것만 아니라 밀어치기에도 능해 어느 공이든 코스대로 칠 수 있다. 부챗살 타법을 바탕으로 이대호는 2년 연속 3할5푼 이상의 높은 타율을 올리며 타격왕을 할 수 있었다.
7관왕에 올랐던 2010년이나 지난해의 홈런 방향을 보면 이대호의 밀어치기 성향을 잘 알 수 있다. 44개의 홈런을 친 2010년엔 좌월 홈런이 19개, 좌중월 홈런이 7개로 26개가 좌측으로 날아갔지만 우월홈런도 6개가 나왔고, 우중월이 1개, 중월 홈런 11개 등 밀어쳐서도 18번이나 담장을 넘겼다. 40.9%가 밀어쳐서 넘긴 홈런이었다. 지난해도 그랬다. 홈런수는 줄었지만 방향은 비슷했다. 27개의 홈런 중 17개가 좌월, 좌중월 홈런이었고, 밀어친 홈런은 10개로 37%의 비율이었다.
힘이 있어 밀어쳐서도 홈런을 날릴 수 있기 때문에 이대호는 홈런을 노리는 스윙을 하지 않는다. 정확히 맞히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상황 판단도 뛰어나다. 항상 풀 스윙을 하지도 않는다. 득점권에 주자가 있고 꼭 1점이 필요한 경우 툭 갖다 맞히는 타격으로 안타를 생산하기도 한다. 이대호가 타석에 설 때 외야수는 장타를 의식해 담장 근처까지 수비위치를 뒤에 두기 때문에 웬만한 안타가 나오면 2루주자가 홈을 밟을 수 있다. 제구가 제대로 된 떨어지는 변화구도 안타로 연결할 수 있는 비결이다.
한국에서처럼 일본에서도 자신의 스타일로 타격을 하며 컨디션을 높이고 있는 이대호. 출발이 좋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