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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전' LG 김기태 감독, "말 안해도 잘 하더라"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02-12 15:13 | 최종수정 2012-02-12 15:13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훈련을 지도중인 LG 김기태 감독. 사진제공=LG트윈스

데뷔전을 치른 김기태 감독의 목소리에는 자신감이 묻어 나왔다.

LG는 지난 11일 오키나와 차탄구장에서 주니치와 첫번째 연습경기를 가졌다. 3대6 패배. 하지만 김 감독은 패배하고도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감독으로서 사실상 첫번째 경기. 처음부터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실제 경기는 머릿속에 그린 그림, 그 이상이었다.

김 감독은 "오늘 같은 경기가 또 나올까 싶을 정도"라며 입을 열었다. 공식경기는 아니지만, 데뷔전의 임팩트가 강력한 모양이었다. 그는 "사실 이기려면 이길 수 있었지만, 미리 짜놓은대로 투수진을 돌렸다. 졌지만 최고의 경기였다"고 평했다.

어떤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을까. 김 감독은 "내가 따로 말하지 않아도 먼저 쉽게 안 죽는 모습을 보이더라"라고 했다. 투스트라이크 이후에 쉽게 죽지 않는 것. 되든 안되든 좋지 않은 공을 커트해내려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캠프 내내 선수단에 무엇을 강조했는지 알 수 있었다.

김 감독은 이날 주전급 멤버 중에서는 이대형-오지환 만을 기용했다. 앞서 공언한대로 변화한 둘의 모습을 확인해야 했다. 오른 어깨를 고무밴드로 고정한 채 훈련하며 타격폼을 교정하고 있는 이대형은 이날 1번-지명타자로 출전해 타격만을 점검받았다. 첫 두타석에서는 각각 2루, 1루 땅볼로 아웃됐지만, 세번째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낸 뒤 마지막 타석에서는 바깥쪽 공을 결대로 밀어쳐 1타점 좌전 적시타를 날렸다. 유지현 수비코치의 혹독한 수비훈련을 받고 있는 오지환은 4타수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수비에서는 깔끔한 중계플레이를 성공시키는 등 좋아진 모습을 보였다.

이날 경기서는 2차드래프트를 통해 영입한 외야수 윤정우와 2루수 김일경, 그리고 보상선수로 데려온 포수 나성용이 선발출전하며 눈길을 끌었다. 체력테스트에서 이대형보다 빠른 발을 과시했던 윤정우는 6번-중견수로 나와 3타수 1안타 2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몸에 맞는 볼과 2루타로 출루했을 때 모두 상대 투수를 괴롭히는 주루플레이를 선보이며 김 감독을 흡족케 했다. 넥센에서 이적한 베테랑 김일경 역시 2타수 1안타로 관록을 과시했다.

주전 포수로 출전한 나성용은 화끈한 방망이를 선보였다. 2회 2사 1,3루서 깔끔한 좌전 적시타로 1타점을 올린 그는 5회에는 좌측 담장을 맞히는 3루타를 터뜨렸다. 담장을 맞고 그라운드 안쪽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홈런은 다음을 기약해야만 했다. 하지만 김 감독이 보상선수 지명 당시부터 "우중간으로 타구를 보낼 줄 아는 선수"라며 타격만큼은 인정했던 터. 이날은 포수로서의 점검이 중요했다. 5회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를 정확히 태그해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만, 김정민 코치로부터 대량실점 시 투수리드가 다소 아쉬웠다는 평가도 받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이런 모습마저도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나성용, 윤정우 모두 경험이 얼마 없는 선수라 이적 후 첫 실전에 긴장을 많이 했을 것이다. 하지만 너무 잘해줬다. 김일경은 다칠까봐 두 타석만에 바꿔줬다"고 말했다. 곧이어 "나성용 같은 경우엔 포수로서 아직 부족한 모습이 있지만, 처음임을 감안하면 잘 했다. 나머지 포수들이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정재복과 두번째 투수로 등판한 신재웅을 칭찬했다. 정재복은 2010년 팔꿈치 수술을 받은 후 재활을 마치고 선발 후보로서 첫 테스트를 받았다. 3이닝 1실점. 솔로 홈런 외에는 퍼펙트한 피칭이었다. 지난 2006년 1안타 완봉승의 주인공 신재웅에 대해서는 재기를 확신했다고. 신재웅은 4회 등판해 상대 2,3,4번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벤치는 물론, 관중석에서도 환호성이 터졌다. 한 타자에게 공 4개씩, 총 12개의 공으로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김 감독은 이날 작전 지시는 하나도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알아서 움직이는 선수들에 놀랐다고. 그는 "코치진들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다"고 했다. 작은 부분 하나하나에서도 기술 훈련의 성과가 보였다는 것. 경험이 부족한 젊은 선수들이 주루플레이나 수비에서 세밀한 플레이를 해내는 모습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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