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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리조나주 투산에서 스프링캠프를 지휘하고 있는 한 감독을 만족하게 만든 것은 박찬호였다.
박찬호가 마침내 9일(한국시각)부터 라이브 피칭을 시작하며 실전모드에 들어갔다.
박찬호가 한국으로 복귀해 입단할 때부터 "몸상태를 더 지켜봐야 한다"며 39세 노장 '노장' 박찬호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고수해왔던 한 감독이다.
하지만 지난달 16일부터 스프링캠프를 시작한 뒤 20여일 만에 박찬호의 라이브 피칭을 지켜본 뒤 기대감이 높아졌다.
한 감독은 이날 직구 위주로 볼을 던진 박찬호를 지켜보면서 "볼 끝이 좋아 보였다. 막판 몇 개 던진 커터와 커브도 좋았다"고 호평했다.
박찬호를 올시즌에 선발로 기용할 것인지 여부를 두고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은 한 감독에게는 기분좋은 청신호였던 것이다.
한화 관계자는 "박찬호가 달리 메이저리거 출신이 아닌 것 같았다. 그동안 세심하고 착실하게 준비해 온 표시가 역력하게 엿보였다"고 말했다.
그랬다. 비록 처음이지만 박찬호의 라이브 피칭은 올시즌 한화의 희망가나 다름없었다.
라이브 피칭은 실제 경기를 하는 것으로 가상한 시뮬레이션 투구로, 타자를 세워놓고 거의 전력으로 볼을 던지는 훈련을 말한다.
그동안 박찬호는 투산에서 2∼3일에 한 번 꼴로 불펜피칭으로 감각을 만들어왔다. 불펜 피칭의 투구수는 50개 안팎이었다.
불펜 피칭과 함께 체력 강화와 수비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박찬호는 한화에 기분좋은 고민을 안기기도 했다.
오릭스를 떠나 한화로 입단하기까지 5개월여 동안 실전에 투입되지 않았던 터라 피칭 컨디션이 크게 저조할 것이라는 우려를 한방에 날리기에 충분할 정도였다.
박찬호는 개인훈련을 통해 '준비된 명불허전'이었다. 한화가 스프링캠프를 차린 초반 "한국의 비시즌 훈련 프로그램을 잘 몰라서 불펜피칭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몸을 만들어왔다"며 이른바 '오버 페이스'를 걱정했던 박찬호다.
당시 한 감독은 "박찬호가 몸을 너무 빨리 만든 것 같다. 다른 선수들과 함께 체력훈련 프로그램부터 시작해야 하는데 연습경기에 당장 투입시켜도 될 정도"라고 행복한 고민을 하기도 했다.
박찬호는 미국과 일본리그에서 스프링캠프를 시작함과 동시에 불펜피칭을 시작했던 경험이 있었기에 딴에는 한화 구단에 잘 보이려고 진작부터 몸을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지난달 6일 한화 시무식을 하기 전 개인 트레이닝센터에서 전문적으로 몸관리를 받는가 하면 아파트 22층 집을 계단으로 오르내리면서 체력훈련을 했다.
이 덕분에 3주 정도 체력강화 훈련을 한 뒤 본격적인 기술훈련에 들어가는 한국식 프로그램에서 최고령인데도 불구하고 군계일학이었다.
지난 1일 자체 체력 테스트를 위해 실시한 5㎞ 단축 마라톤에서 40여명의 선수 가운데 젊은 후배들을 제치고 14위를 차지한 것도 자기관리를 충실하게 해 온 덕분이었다.
그랬던 박찬호가 라이브 피칭으로 실전모드에 돌입하자마자 합격점을 받았다.
첫 날 30개의 공을 던진 박찬호는 점차 투구수를 늘려 자체 청백전에도 출전할 예정이다.
박찬호는 첫 라이브 피칭을 마친 뒤 "오늘 던진 30개 중 절반 이상은 만족할만한 감각이 느껴졌다"고 만족스러워했다.
특히 박찬호는 이날 타자들에게 미리 구종을 알려준 뒤 볼을 뿌렸다. "투수보다 타자들의 컨디션이 올라오지 않은 상태여서 후배들이 눈으로 익힐 수 있도록 하려는 생각에서 구질을 알려줬다"는 박찬호식 배려였다.
이제 시작이지만 박찬호는 올시즌 자신의 성공 가능성을 유감없이 펼쳐 보였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