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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안에 모든 것을 해결하겠다."
일본프로야구 오릭스 입단을 사실상 확정지은 이대호의 표정에는 자신감과 긴장감이 뒤섞여 있었다.
자신감이 넘치는 멘트. 그러나 낯선 무대에 대한 긴장감도 있었다. "오릭스에서 가면 용병이다. 그리고 신인이기도 하다. 몸은 둔하지만 한 발 더 움직일 것이고 원하는 것을 최대한 따라갈 것이다. 말이 통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눈치로 분위기를 맞춰나갈 것이다. 용병이라기 보다 가족처럼 지내도록 노력하겠다. 최근 일본어 공부도 하고 있다"고 했다. 일본어 공부에 대해서 "최근에 시작했는데, 일본 전지훈련을 많이 가서 듣는 건 되는데 쓰는 것과 말하는 것은 참. 아~ 어렵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오릭스와의 입단은 사실상 확정됐다. 구체적인 계약조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3일 (최)준석이 결혼식에 참석할 것이고, 다음 주 정도에 구체적인 계약조건을 발표할 것이다. 기자회견은 부산에서 한다"고 했다.
일본 진출에 대해 기대와 비관이 섞여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대호는 이런 평가에 대해서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는 "야구는 쉬운 게 아니다. 시즌이 끝나봐야 성적이 나온다. 내가 7관왕할 때도 이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실 7관왕을 할 수도 있고, 3할 밑으로 타율이 떨어질 수도 있는 게 야구다. 많은 준비를 해서 끝났을 때 후회하지 않는 플레이를 하고 싶다"고 했다.
야구 전문가들은 이대호의 낙천적인 성격이 일본야구 적응에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전망한다. 그는 "그 부분은 자신있다. 말은 안 통하겠지만, 빨리 적응해서 오릭스 선수들이 한국말을 쓸 수 있을 정도로 친해질 것이다. 나도 화이팅이 넘치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했다.
이대호가 입단할 오릭스는 한국 팬에게 친숙한 팀이다. 지난해 박찬호와 이승엽이 동시에 뛰었기 때문이다. 그는 "개인적으로 오릭스에 대한 느낌을 말하긴 힘들다. 어렸을 때 일본의 간판타자 이치로가 엄청 오래 있었기 때문에 오릭스에 대한 인상이 강렬하다. 올 시즌 아깝게 4위를 했다. 사실 1위 팀에서 내가 할 게 뭐가 있겠나. 4위 팀에 가서 내가 도움이 되는 게 낫다"고 덧붙였다.
이대호는 롯데의 프랜차이즈 스타다. 11시즌을 뛰며 롯데의 간판타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2001년 입단 이후 처음으로 2008년 플레이오프에 올라갔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이 더 많다. 한국시리즈를 못 간 것이 가장 아쉽다"고 했다.
오릭스는 2월1일부터 훈련을 시작한다. 그는 "그때까지 몸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조금만 있으면 태어나는 아기를 본 뒤 롯데 사이판 훈련에 참가해 몸을 만들고 싶다. 단장님과 감독님에게 양해를 구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일본은 현미경 야구로 정평이 나 있다. 상대의 약점을 끈질기게 물고 늘어진다. 이대호는 "분석이 모든 야구팀이 한다. 몸쪽에 붙이면 맞고 나가고, 유인구 던지면 안치면 된다. 볼을 쳐서 안타를 만들려는 욕심은 확실히 자제할 것"이라고 했다. 일본 투수들이 많이 사용하는 포크볼에 대해서 "포크볼을 잘 치는 타자는 없다. 투수가 실투했을 때 잘 쳐야 좋은 타자다. 몸쪽 꽉 찬 볼이 오면 커트할 것이고, 에이스가 나오면 노려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첫 해외생활에 대해서 그는 "일본에서 잘해야 한다. 그래서 메이저리그에 영입제의도 받고 싶다.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롯데에 컴백할 때도 도망오듯이 돌아오는 게 아니라 팀이 정말로 필요해서 더 좋은 대우를 받고 돌아오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통영=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