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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대구 팬 절반은 나(이만수)를 응원할걸요."
'적통'이 버티고 있다
이만수 감독대행이 이런 말을 한 것은 과거의 추억 때문이다. 지금으로부터 4년전, 2007년 5월22일이었다. 그해 SK 수석코치로 한국 무대에 돌아온 이 감독은 대구구장을 처음 방문했는데, 야구장을 찾은 대다수 팬들이 실제로 "이만수"를 연호했다. 그 기억 때문에 이 감독은 이번에도 대구 팬들이 자신을 응원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천양지차로 달라졌다. 우선 당시에 대구 팬들이 이 감독을 응원했던 것은 당시 삼성 사령탑이 지역 출신스타가 아닌 해태 출신 선동열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팀을 두 차례(2005, 2006)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지역 팬들의 마음은 선 감독보다는 비록 상대팀 수석코치라도 이만수를 향해 있었다. 프로스포츠의 특색인 지역 정서가 반영된 사례다.
그런데 지금 삼성 사령탑은 류중일 감독이다. 류 감독이야말로 이 감독 못지 않은 지역 프랜차이즈 스타다. 게다가 선수시절부터 코칭스태프를 거쳐 감독이 된 현재까지 단 한차례도 대구와 삼성을 떠나지 않았던 '적통' 중의 '적통'이다. 비록 류중일 감독이 이만수 감독의 고향 후배라고는 해도 팬의 입장에서는 지역을 떠나 상대팀의 수장이 된 이 감독보다는 훨씬 선호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류 감독의 앞에서 대구 팬 절반이 '이만수'를 응원할 것이라는 것은 '헐크'의 착각이다.
최종 우승이 걸린 대결이다
만약, 삼성과 SK의 대결이 한국시리즈가 아닌 일반 페넌트레이스에서 벌어졌다면 꽤 많은 팬들이 '이만수'를 외쳤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대결은 다르다. 올해 프로야구의 진정한 최강자를 가리는 '최후의 대결'이다. 지역 팬들의 정서는 100% 삼성의 우승을 바라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상대팀의 감독을 대놓고 응원할 수 있을까.
삼성은 그토록 바라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8~90년대 라이벌팀이었던 해태 출신의 김응룡 감독과 선동열 감독을 영입해 결국 한국시리즈 패권을 잡은 바 있다. 그러나 우승 이후 지역 정서는 다시 프랜차이즈 출신 감독을 원하고 있었다. 결국 지난 시즌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이 SK에 패한 뒤 선 감독이 갑작스럽게 경질되고, 류중일 감독이 선임된 것은 삼성이 이러한 지역의 민심을 파악했기 때문이다.
마침 새롭게 삼성 지휘봉을 잡은 류중일 감독은 삼성을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끌었다. 대구 팬들은 열광하면서 순수하게 프랜차이즈 출신 감독이 다시 한국시리즈 우승을 따내기를 기원하는 분위기다. 더군다나 상대는 지난 한국시리즈에서 대구 팬들에게 좌절을 준 SK다. 아무리 이만수 감독이 대구 출신 최고의 레전드 스타라고는 해도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삼성 혹은 류중일 감독이 아닌 이만수 감독을 응원할 수는 없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