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편파관전평]SK, 이대호에 위협구는 심했다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1-10-23 20:17


플레이오프는 SK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판이 끝났다고 해서 찜찜한 구석까지 묻어두고 갈 순 없다. 양 팀 담당기자들이 23일 플레이오프 5차전을 보고 느꼈던 아쉬운 점, 불편했던 순간들을 콕 짚고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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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이대호와의 승부를 피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위협구를 던져가면서 이대호를 압박하는 것은 옳지 않다.

6회말 무사 1루서 SK 박희수는 이대호에게 볼 4개를 연속으로 던져 볼넷으로 내보냈다. 기록지만 보면 SK 투수가 이대호를 볼로 유인하다가 볼넷을 내보냈겠거니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공 4개가 모두 이대호의 어깨쪽으로 오는 높은 공이었다. 자칫 조금만 더 몸쪽으로 빠졌다면 맞을 수 있는 위험한 공이었다.

보통 강타자와 승부할 때 볼카운트 0-3에서 승부하기 싫으면 바깥쪽으로 던진다. 그러나 박희수는 마지막 공까지 몸쪽으로 바짝 붙여서 던졌다. 6-1로 크게 리드하고 있는 상황이었는데도 굳이 상대에게 위협적으로 던질 필요가 있나 싶었다. 오히려 그런 위협구 4개가 들어와도 움찔하거나 피하지 않고 가만히 볼넷으로 걸어나간 이대호의 침착성과 대담함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부산 사직구장엔 이날 SK 응원단 200명이 열심히 응원했다. 아마 SK 선수들은 소수정예팬들의 응원에 많은 힘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SK가 2-1로 역전한 뒤 롯데의 공격 때 사직구장에 파도타기 응원이 이뤄졌다. 모두가 즐겁게 일어나 파도를 만드는데 SK 응원단만 유일하게 파도타기 응원에 동참하지 않았다. 예전같으면 몰라도, 요즘은 추세가 바뀌었다. 잠실구장에서는 롯데나 KIA 등 원정팬이 많을 땐 함께 파도타기 응원을 하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승패와 상관없이 그런 야구문화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SK팬들도 함께 즐기는 문화에 동참했으면 한다. 함께 한다고 누가 욕하지도 않을텐데 말이다. 다 같이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 아닌가.

결국 비는 롯데편이 아니었다. 롯데는 우천으로 하루를 더 쉬면서 이틀을 쉰 장원준과 부첵이 더 많은 공을 던질 수 있게 돼 불펜쪽이 더 강화된다고 예상됐다. 그러나 장원준이 2∼3이닝을 던질 수 있다는 계산에 호투하던 송승준을 일찍 교체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4차전 승리의 주역인 장원준과 부첵의 기용은 실패로 돌아갔다. 22일 비가 오지 않았다면 결과는 분명 달랐을 것이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아쉬운 두 가지 장면이 있었다.

우선 롯데가 1-0으로 앞선 1회말 1사 2루. SK 선발 김광현은 부담스러운 롯데 4번 이대호를 고의4구로 걸렀다. 이때 이대호의 제스처는 대선수이자 선배답지 못했다. 그 상황에서는 누구나 이대호를 거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대호는 SK 포수 정상호가 홈플레이트를 벗어나자 주심을 보며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 그러더니 네 번째 공이 오기도 전에 아예 외면하고 허리를 굽혀 발목 보호대를 풀었다. 물론, 누가 봐도 그냥 걸어나가는 상황이었지만, 굳이 그렇게 예민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부산 사직구장의 분위기도 2% 아쉬웠다. '가을잔치'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상대방에 대해 냉정하기만 했다. 포스트시즌의 분위기는 마치 한바탕 축제와도 같다. 오죽하면 '가을잔치'라고도 하겠는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기쁨이거니와 그 포스트시즌에서 승승장구해 최종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 팬들의 기쁨과 열광은 절정으로 올라선다.

이런 축제의 마당에는 그에 어울리는 배려가 승부욕 못지않게 필요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부산의 롯데 팬들은 너무 승부에 몰입했다. 롯데가 1-0으로 앞서던 4회초 1사 1루였다. SK 4번 박정권이 롯데 선발 송승준의 4구째 직구(시속 142㎞)를 잡아당겨 우월 역전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아무리 상대팀이라고 해도 박수 정도는 쳐줄 수 있을 만큼 호쾌한 홈런이었다. 그러나 롯데팬들은 침묵했다. 무서운 한기마저 느껴졌다. 박정권이 6회 무사 1루때 연타석 투런홈런을 터트렸을 때도 마찬가지. 오히려 축제 분위기는 더 싸늘하게 식어갔고, 급기야 우려하던 오물 투척도 나왔다.

물론,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롯데가 최근 3년간 포스트시즌에서 계속 준플레이오프 탈락하는 아픔을 겪으면서 팬들도 다소 예민해졌을 수 있다. 그러나 프로야구 8개 구단 중 최고라고 일컬어지는 롯데팬쯤 되면 스스로를 자제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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