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오프는 SK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판이 끝났다고 해서 찜찜한 구석까지 묻어두고 갈 순 없다. 양 팀 담당기자들이 23일 플레이오프 5차전을 보고 느꼈던 아쉬운 점, 불편했던 순간들을 콕 짚고 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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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회말 무사 1루서 SK 박희수는 이대호에게 볼 4개를 연속으로 던져 볼넷으로 내보냈다. 기록지만 보면 SK 투수가 이대호를 볼로 유인하다가 볼넷을 내보냈겠거니 생각할 수 있겠지만 사실은 공 4개가 모두 이대호의 어깨쪽으로 오는 높은 공이었다. 자칫 조금만 더 몸쪽으로 빠졌다면 맞을 수 있는 위험한 공이었다.
부산 사직구장엔 이날 SK 응원단 200명이 열심히 응원했다. 아마 SK 선수들은 소수정예팬들의 응원에 많은 힘을 얻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쉬운 장면도 있었다. SK가 2-1로 역전한 뒤 롯데의 공격 때 사직구장에 파도타기 응원이 이뤄졌다. 모두가 즐겁게 일어나 파도를 만드는데 SK 응원단만 유일하게 파도타기 응원에 동참하지 않았다. 예전같으면 몰라도, 요즘은 추세가 바뀌었다. 잠실구장에서는 롯데나 KIA 등 원정팬이 많을 땐 함께 파도타기 응원을 하는 장관을 연출하기도 한다. 승패와 상관없이 그런 야구문화 자체를 즐기는 것이다. SK팬들도 함께 즐기는 문화에 동참했으면 한다. 함께 한다고 누가 욕하지도 않을텐데 말이다. 다 같이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 아닌가.
결국 비는 롯데편이 아니었다. 롯데는 우천으로 하루를 더 쉬면서 이틀을 쉰 장원준과 부첵이 더 많은 공을 던질 수 있게 돼 불펜쪽이 더 강화된다고 예상됐다. 그러나 장원준이 2∼3이닝을 던질 수 있다는 계산에 호투하던 송승준을 일찍 교체하게 됐고 결과적으로 4차전 승리의 주역인 장원준과 부첵의 기용은 실패로 돌아갔다. 22일 비가 오지 않았다면 결과는 분명 달랐을 것이다. 부산=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아쉬운 두 가지 장면이 있었다.
우선 롯데가 1-0으로 앞선 1회말 1사 2루. SK 선발 김광현은 부담스러운 롯데 4번 이대호를 고의4구로 걸렀다. 이때 이대호의 제스처는 대선수이자 선배답지 못했다. 그 상황에서는 누구나 이대호를 거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대호는 SK 포수 정상호가 홈플레이트를 벗어나자 주심을 보며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을 보였다. 그러더니 네 번째 공이 오기도 전에 아예 외면하고 허리를 굽혀 발목 보호대를 풀었다. 물론, 누가 봐도 그냥 걸어나가는 상황이었지만, 굳이 그렇게 예민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었다.
게다가 부산 사직구장의 분위기도 2% 아쉬웠다. '가을잔치'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상대방에 대해 냉정하기만 했다. 포스트시즌의 분위기는 마치 한바탕 축제와도 같다. 오죽하면 '가을잔치'라고도 하겠는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이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기쁨이거니와 그 포스트시즌에서 승승장구해 최종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 팬들의 기쁨과 열광은 절정으로 올라선다.
이런 축제의 마당에는 그에 어울리는 배려가 승부욕 못지않게 필요한 것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부산의 롯데 팬들은 너무 승부에 몰입했다. 롯데가 1-0으로 앞서던 4회초 1사 1루였다. SK 4번 박정권이 롯데 선발 송승준의 4구째 직구(시속 142㎞)를 잡아당겨 우월 역전 투런포를 쏘아올렸다. 아무리 상대팀이라고 해도 박수 정도는 쳐줄 수 있을 만큼 호쾌한 홈런이었다. 그러나 롯데팬들은 침묵했다. 무서운 한기마저 느껴졌다. 박정권이 6회 무사 1루때 연타석 투런홈런을 터트렸을 때도 마찬가지. 오히려 축제 분위기는 더 싸늘하게 식어갔고, 급기야 우려하던 오물 투척도 나왔다.
물론, 이해가 가는 부분도 있다. 롯데가 최근 3년간 포스트시즌에서 계속 준플레이오프 탈락하는 아픔을 겪으면서 팬들도 다소 예민해졌을 수 있다. 그러나 프로야구 8개 구단 중 최고라고 일컬어지는 롯데팬쯤 되면 스스로를 자제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부산=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