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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일만의 선발 등판. 그래서 벼르고 별렀던 것 같다. '고스트 슬라이더'가 빛을 발한 날이었다.
이날 대구구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삼성 운영팀의 허삼영 전력분석 과장은 "특히 인욱이의 슬라이더가 좋았다. 정인욱의 슬라이더는 보통 투수들의 슬라이더와 달리 휙 하고 사라진다"고 설명했다.
슬라이더가 사라진다고? 이게 대체 무슨 얘기일까.
그런데 정인욱의 슬라이더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손목이 눕혀져 나오지 않고 포심패스트볼을 던질 때와 거의 같은 각도다. 정인욱의 슬라이더는 마치 직구처럼 날아가다가 타자 바로 앞에서 갑자기 꺾인다. 그러니 '사라진다'는 표현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스트 슬라이더'라고 이름 붙여도 좋을 것 같다. 허삼영 과장은 "정인욱이 작년까지는 포크볼을 많이 던졌는데 올해는 슬라이더가 더 좋아서 많이 던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은 슬라이더 위력이 평소 보다도 많이 좋았다.
정인욱은 85개의 투구수 가운데 포심패스트볼을 45개 던졌고, 커브 1개, 체인지업 1개, 슬라이더 38개를 던졌다. 직구는 최고 148㎞까지 나왔고, 슬라이더 최고구속은 136㎞였다. 같은 손목 각도에서 시작돼 비슷한 궤적으로 날아가다 마지막에 탄착점이 달라지는 두 구질로 투구수를 거의 채운 셈이다. 본인 스스로도 이날의 슬라이더에 대해 경기 초반부터 확신을 얻은 것 같다.
정인욱은 경기후 "오늘 불펜에서 슬라이더가 잘 들어갔다. 제구가 되고 각이 예리하게 꺾여서 경기때 많이 던지려고 생각했다. 슬라이더 각이 종으로 떨어진 건 정현욱 선배가 중심을 높게 세워 던져보라고 해서 그렇게 했더니 각이 더 커진 느낌이다. 이제 시즌이 거의 끝났기 때문에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어가는 게 목표다. 큰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정인욱이 포스트시즌때 충분히 조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대구=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