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형우, 난데없는 3루훈련 왜 했을까

김남형 기자

기사입력 2011-09-23 18:26


자, 공은 어디에 있을까. 삼성 좌익수 최형우가 23일 대구 넥센전을 앞두고 잠시 짬을 내 3루 수비 훈련을 했다. 최형우가 멋진 폼으로 공을 포구한 뒤 2루로 뿌리려 했으나 공이 글러브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대구=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삼성 최형우가 난데없이 3루 수비 훈련을 해 눈길을 끌었다.

23일 대구구장. 오후 4시10분쯤 홈팀 삼성의 훈련이 끝나가는 시점이었다. 삼성 좌익수 최형우가 3루 베이스 옆에서 김용국 코치가 쳐주는 내야 펑고를 받고 있었다.

최형우는 주로 좌익수나 지명타자로 뛰는 선수다. 삼성 3루는 박석민이 주로 맡고 때론 조동찬이 들어서기도 한다. 삼성 내야는 전반적으로 자원이 풍부한 편이다. 그런데 왜 최형우는 굳이 3루 수비 훈련을 했을까. 이 장면을 본 방송사 해설위원들과 취재진 등이 모두 고개를 갸우뚱 했다.

우선 최형우는 "그냥 심심해서 하는 겁니다"라고 간단하게 답한 뒤 계속 수비훈련을 했다. 나중에 같은팀 채태인은 "3루수 석민이 튕겨낼려고 저러는 겁니다. 형우야, 나는 튕겨내지 마라" 하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최형우는 제법 그럴듯한 3루수 포즈로 공을 잡아 2루쪽으로 뿌렸다. 그런데 가끔 공을 흘리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코치들이 옆에서 "형우야, 푸시업 스무개다"라며 농담을 던졌다.

삼성 김재걸 3루 코치는 "그냥 한번 해보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외야수가 가끔씩 이처럼 내야 수비 훈련을 해보면 도움도 된다. 아무래도 익숙하지 않다보니 열심히 하게 된다. 예를 들자면, 투수들의 1루 커버 들어가는 수비 훈련을 다른 내야수들이 할 때도 있다. 이때 투수들이 짓궂게 송구를 세게 하면서 내야수를 약올리기도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다른 포지션의 어려움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그런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최형우는 2002년 지명 당시 포수 자원이었다. 하지만 본인이 노력한 끝에 좌익수로서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좌익수로서 최고의 수비라고 평가받긴 어렵지만, 크게 처지는 것도 아니다.

최형우는 평소에도 되도록 수비를 하고 싶다는 뜻을 자주 내비친다. 이날 3루 수비 훈련도 심심풀이란 차원을 떠나 이것저것 수비를 해보고 싶은 '열공의 자세'라 이해할 수 있다. 어떻게든 수비 실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한편, 이날 채태인의 "석민이를 튕겨낼려고 저런다"는 농담이 나온 뒤 근처에 있던 박석민은 "그럼 저는 캐처 시켜주십시요"라며 코치에게 머리를 조아려 웃음을 샀다.


대구=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