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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수창은 지난 20일 친정팀을 상대로 첫 등판을 가졌다. 무대 역시 지난 8년 동안 정들었던 잠실구장 마운드. 익숙한 옛 동료들을 상대로 호투를 이어갔다. 하지만 단 한 차례의 실투가 아쉬웠다. 추가실점으로 이어진 결정적 실책도 있었다. 심수창은 7이닝 2실점(1자책)으로 패전의 멍에를 썼다. 시즌 11패(2승)째. 경기가 끝난 뒤 그는 "익숙했기에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호투했기에 미련 따위는 없어보였다.
이날 심수창의 피칭은 빛났다. 특히 LG 타자들의 허를 찌르는 볼배합이 돋보였다. 1회와 2회까지는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초구부터 직구를 던졌고, 슬라이더와 커브로 카운트를 잡아갔다. 하지만 3회말 선두타자 이택근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119㎞짜리 체인지업이 몸쪽 높은 곳으로 들어갔다. 실투였다. 정 코치는 "불안한 느낌이 있었다. 이날 체인지업은 전혀 던지지 않고 있었다. 홈런을 맞은 뒤에 절대 체인지업을 던지지 말라는 사인을 보냈다"면서 "좋지 않은 공은 볼배합에서 아예 빼야한다. 시험삼아 던져본 것 같은데 너무 아쉽다"고 했다.
새로운 볼배합은 LG 타자들의 방망이를 연신 헛돌게 했다. 심수창은 한 타자에게 포크볼만 연속 5개를 던지기도 했다. 3회까지 탈삼진은 1개에 불과했지만, 4회부터 7회까지는 6개를 기록했다. 이날 심수창은 삼진 7개로 본인의 최다 탈삼진 기록을 새로 썼다.
정 코치는 "수창이가 LG 시절에는 도망가는 피칭을 했던 것 같다. 투스트라이크를 잡아도 바깥쪽 공이나 유인구만 던졌다. 그러다 풀카운트가 되고, 볼넷이 되면서 스스로 위축됐다"고 밝혔다. 곧이어 "다른 투수들과 똑같이 던지면 수창이의 장점이 빛나지 않는다. 이제는 초구부터 결정구를 쓰게 하고, 몸쪽으로 과감히 던지라고 한다"면서 "결과가 말해주지 않나. 수창이는 확실히 달라졌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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