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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석민-조성환 사직구장 조우, "세게 던졌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1-09-01 21:57


'구원 등판한 윤석민' 올시즌 15경기 밖에 남지 않은 KIA가 1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서 총력전을 펼쳤다. 에이스 윤석민이 7회 로페즈에 이어 구원 등판 했다. 힘차게 볼을 던지는 윤석민.
 부산=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2010년 8월 24일의 부산 사직구장. KIA 윤석민에게는 평생 다시 떠올리기 싫은 시간과 장소였을 것이다. 그 해 같은 달 15일 광주 롯데전에서 홍성흔의 손등을 맞힌 데 이어 그날 경기에서는 조성환의 머리를 맞혔다. 홍성흔은 골절상에 조성환은 뇌진탕 증세로 입원했고, 윤석민은 롯데 팬들로부터 집중 포화를 당했다. 그도 아팠다. 공황장애 증상으로 병원에 입원해야 했다.

그 후 1년 여가 흐른 2011년 9월 1일. 사직구장 전광판에 윤석민 이름 석자가 새겨졌다. 지난해 8월 마지막 선발등판 이후 처음으로 사직구장 마운드를 밟았다. 스포츠조선과의 10대1 인터뷰를 통해서 "솔직히 롯데전에서는 몸쪽 공을 못던지겠더라"며 부담감을 드러냈던 윤석민. 더군다나 아픈 기억이 있었던 사직구장에서의 올시즌 첫 등판이었기 때문에 부담이 조금 더 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다. 팀이 1-2로 뒤지던 7회말 선발 로페즈를 구원등판한 윤석민은 씩씩하게 공을 던졌다. 2이닝 동안 삼진 3개를 곁들이며 롯데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았다. 특히 등판 후 두 번째 타자로 조성환을 만난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조성환에게는 세게 던지지 못하겠다던 윤석민은 초구에 146km짜리 강력한 직구를 조성환의 몸쪽 낮은 곳으로 던졌다. 조성환도 기다렸다는 듯 배트를 돌렸다. 잘 맞은 타구였지만 아쉽게도 유격수 김선빈의 글러브에 빨려들어가는 라인드라이브 타구였다. 이날 모습을 보면 윤석민 본인이 말한 심리적인 부담감은 말끔히 씻어낸 듯 했다.

두 선수의 소감은 어땠을까. 윤석민은 "사직구장 등판이라고 해서 특별한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단, 마운드에 올랐으니 최선을 다해 상대타자들을 막아내야겠다는 생각에 경기에 집중했다"라고 담담히 밝혔다.


"세게 못던진다더니 잘만 던지더라"라고 농담을 한 조성환은 "개인적으로 정말 기다리던 순간이었다. 석민이 공이 워낙 좋아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노려 쳤는데 잘 맞은 타구였지만 라인드라이브로 걸려 아쉬웠다"고 했다. 이어 "석민이는 앞으로 나보다 더 오래 야구를 할 후배다. 상대팀이지만 석민이가 씩씩하게 잘 던지는 모습을 보니 기쁜 마음이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사직구장을 찾은 팬들도 성숙한 모습을 보여줬다. 마운드에 오른 윤석민을 향해 "윤석민 파이팅"을 외치며 격려를 보냈다. 특별히 야유를 하는 등의 장면도 없었다.

윤석민과 조성환의 사직 맞대결, 스포츠만이 만들어낼 수 있는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부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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