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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의 선택 김경문 감독의 인간적 매력은?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1-09-01 14:24 | 최종수정 2011-09-01 14:32


두산 감독직을 사임한 직후인 지난6월20일 인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김경문 감독.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2011.6.20

신생팀의 이미지를 결정할 초대 사령탑. NC 다이노스의 선택은 김경문 감독이었다.

'화수분 야구'로 두산을 만년 상위팀으로 이끈 명장이란 '보이는 업적'은 김 감독 선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능력만이 전부였을까.

NC의 선택 이면에는 김경문 감독의 인간적인 매력도 크게 작용했다. 신생팀의 특성상 여기저기서 모이게 될 이질적인 구성원을 한 마음으로 묶을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했고, 그 적임자가 바로 김 감독이었다.

김경문 감독은 전형적인 '보스형' 리더십의 소유자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단을 장악하는 강력한 카리스마와 동시에 부드러움을 갖춘 지도자다. 게으르거나 자만심에 빠진 선수들을 냉혹하리만큼 가차 없이 2군에 보내고 나서 속으로는 가슴 아파하는 인간적인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이 바로 김 감독이다. 야구 관계자들 사이에서 위-아래를 막론하고 예의를 깍듯하게 차리는 신사이기도 하다.

사리사욕이 없다는 점도 통솔력에 있어 큰 장점이다. 김 감독의 신상필벌은 철저하게 조직 전체의 이익이란 기준에서 이뤄진다. 불만이 있을지언정 드러내놓고 반기를 들거나 비난할 명분이 없다. 주관이 확고해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누가 뭐라고 해도 강하게 밀어붙인다. 때론 독선적이라는 오해와 반감을 살 때도 있지만 이 역시 자신의 사욕과는 관계 없이 이뤄지는 결정이라 설령 오판일지언정 비판할 소지는 없다.

재물이나 자리에 집착하거나 얽매이지 않는 '통 큰 남자'라는 점도 '보스' 김 감독의 매력이다. 후배 코치들과 주위에서 음으로 양으로 고생한 사람들을 위해 시즌 후 사비를 털어 아낌 없이 밥과 술을 사며 노고를 치하한다. 자신을 위해 희생한 사람은 끝까지 챙기려고 노력하는 '의리의 사나이'다. 베이징 올림픽 우승 후 두산 직원들에게 사비로 고가의 양복 티켓을 돌린 사실은 유명한 일화다. 그러면서 정작 본인은 야구장 밖에서 허름한 점퍼 차림으로 다닌다. 한벌의 점퍼만 입는 김 감독에게 당시 이유를 묻자 "(외모에) 별로 신경쓸 일 없지 않느냐. 그냥 이 옷이 편하다"며 웃었다.

김 감독은 '자리'에도 크게 연연하지 않았다. 실리보다는 '스타일'을 중시하는 지도자다. 두산 감독 시절 늘 "할 수 있는데까지 최선을 다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그만두면 된다"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정치가 아닌 오직 야구로만 승부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는 실제 이같은 스스로에 대한 약속을 지켰다. 구단에서 진심으로 만류하는데도 불구, 사표를 던진 유일한 감독이었다.

버는 돈의 상당 부분을 주위 사람을 위해 쓰는 성격인 김 감독은 "난 늙어도 돈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 평생 밥 그냥 주겠다는 식당 사장님들이 계신다"는 농담을 던지며 껄껄 웃기도 했다.

그라운드에서 강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장악하지만 야구장 밖에서는 한없이 약한 남자, 자신의 밥그릇보다 후배부터 먼저 챙기는 '진짜 남자'라는 평가가 그를 뒤따랐다. 신생구단 NC 다이노스는 김 감독의 능력과 함께 이런 인간적 매력을 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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