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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류현진없이도 굳건히 버티는 비결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08-24 12:51 | 최종수정 2011-08-24 12:50


한화와 삼성의 2011 프로야구 주중 3연전 첫 경기가 23일 청주에서 열렸다. 선발로 나와 7이닝 1실점의 눈부신 호투로 팀 승리를 이끈 김혁민(오른쪽)이 한대화 감독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청주=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2011.08.23/

한화가 에이스 류현진을 잃었는데도 선전하고 있다.

류현진이 지난 3일 등근육 부상으로 1군에서 빠진 이후 23일 현재까지 한화의 성적은 7승6패. 5할3푼9리의 승률이다.

류현진의 올시즌 첫 1군 말소 기간(6월 29일∼7월 14일) 동안 거둔 4승6패(승률 4할)에 비해 한결 낫다. 류현진을 재활군으로 내려보낼 때까지만 해도 "3∼4승은 거저 날릴 것 같다"며 울상을 짓던 한화다.

또다른 선발 요원 양 훈까지 부상하는 바람에 김혁민-안승민-마일영에 송창식을 간신히 끼워넣어 비정상 선발 로테이션을 운영하면서 더욱 암울했다. 그런데도 잘 버텨온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해결사' 박정진의 효과가 크다. 투수조 최고참(35세)이라 조장을 맡고 있는 박정진은 다시 부활하고 있다. 박정진은 지난 21일 선발 등판한 송창식이 7년 만의 선발승을 거두는데 숨은 공신이었다. 전날 9대18로 대패할 때 중간계투로 나섰던 박정진은 5-1로 앞선 상황에서 물러난 후배 송창식의 승리를 지키기 위해 1⅓이닝을 완벽하게 틀어막으며 선물을 안겨줬다.

박정진은 지난 주말 연투를 하고도 23일 삼성전서도 중간계투로 나서 김혁민의 대기록이 빛을 발하게 해줬다. 김혁민이 7이닝 동안 한 경기 최다 탈삼진 타이기록(12개)을 세우며 3-1로 앞선 채 물러나자 ⅔이닝 1탈삼진으로 호투하면서 박빙 승리를 지켜준 것이다. 박정진은 지난 6일 LG전서도 마일영이 조기강판된 뒤 구원으로 나서 승리를 챙겼다.

7월 한 달 동안 9경기 1패(방어율 6.3)였던 박정진이 류현진 공백 후 7경기에서 거둔 성적은 2승 3홀드 1패(방어율 2.25). 박정진이 허리에서 든든하게 받쳐주니 선발의 고민은 줄어들었다.

여기에 김혁민과 송창식의 기대 이상 활약도 한대화 감독을 웃게 만들었다. 김혁민은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한화의 준에이스였다. 6월까지 4승4패로 선발진 가운데 류현진 다음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그랬던 그가 7월 이후 5연패로 애를 태우더니 다시 힘을 내기 시작한 것이다. 4개월 만에 선발 등판한 송창식 역시 희귀병을 이겨낸 불굴의 투혼으로 선발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이들 투수진이 바짝 힘을 내게 만든 숨은 비결도 따로 있다. 코칭스태프의 '기살리기 작전'과 '네탓이오 운동'이다. 한화 투수들이 가장 금기시하는 단어는 '볼'이다. 대신 "얻어 맞으라"는 말을 항상 듣는다. 어느 코칭스태프가 투수더러 "(안타)맞으라"고 교육하겠는가. 당연히 진짜 안타 맞으라는 소리가 아니다. 그만큼 맞을 때 맞더라도, 맞는 한이 있더라도 도망가는 피칭을 하지 말고 과감하게 승부하도록 세뇌시키는 것이다. 류현진의 그늘에 가려있는 투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해서는 얻어맞더라도 볼넷은 절대 주지않도록 간을 키워야 하는 게 상책이다.

그동안 귀에 딱지가 앉도록 강조했더니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한대화 감독, 정민철 투수코치, 문동환 불펜코치의 호흡도 척척이다.

정 코치와 문 코치는 "우리는 단지 감독님이 지시하는 대로 선수들에게 전달할 뿐"이라고 '야왕'의 공으로 돌리고, 한 감독은 "코치들이 알아서 선수 관리를 해주기 때문에 든든하다"고 후배들의 손을 들어준다.

감독과 코치, 선수 이들 세 박자가 척척 들어맞으면서 류현진 공백은 최소화 되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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