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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여일정 발표를 앞둔 시점.
KIA와 롯데의 시선이 묘하게 엇갈리고 있다. 부상병동으로 최악의 전력난에 신음하고 있는 KIA는 이달 말까지 남은 일정 동안 최소 경기를 희망하고 있다. 상승세를 타고 있는 롯데는 정반대다. 8월 말까지 최대한 많은 경기를 승리해 4강 안정권을 확보하겠다는 심산이다. 너무나도 다른 두 팀의 속사정을 살펴보자.
KIA 조범현 감독은 지난 주초 선수단 미팅을 소집했다. "8월 말까지 3주가 우리팀의 최대 고비다. 힘을 모아 잘 극복해보자"는 당부가 요지였다. 첫주는 백업 선수들의 활약 속에 목표인 5할 승률을 가까스로 맞췄다.
하지만 불완전 전력은 한계를 노출하기 시작했다. 지난 14일 삼성전 이후 3연패로 진짜 위기가 찾아왔다. 최희섭 김상현에 이어 이범호가 빠진 후 득점력이 뚝 떨어졌다. 3연패 동안 단 7득점에 그쳤다. 이용규 등 남은 선수들에게 체력적 고비가 찾아왔다.
설상가상으로 잘 버티던 선발 마운드마저 위태롭다. 에이스 윤석민의 컨디션이 좋지 않고, 트레비스도 가벼운 부상 이후 주춤하고 있다. 교체 카드가 없으니 벤치로선 속이 바짝바짝 타 들어간다.
최근 묘하게 피해가는 비가 더욱 야속하기만 하다. KIA로서는 8월 말까지 '비'의 도움 속에 최소한의 경기를 치르는 것이 최선이다. 김선빈 로페즈가 부상에서 복귀했고 다음주 쯤 최희섭 김상현도 복귀를 앞두고 있지만 실전 감각 회복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승승장구 롯데, 4강은 필수, 2위는 선택?
롯데는 현재 올시즌 가장 좋은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투-타 균형이 완벽에 가깝다.
마운드가 올시즌 중 가장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다. '송승준-장원준-고원준'의 토종 '준 트리오'가 잇단 호투를 펼치고 있고, 용병 선발도 무난하다. 최대 약점이던 불펜은 마무리 김사율의 역투 속에 빠르게 안정화되고 있다. 허리 임경완과 강영식, 이재곤 이명우도 제 몫을 해내고 있다. 롯데 양승호 감독은 "같은 선수들이 시즌 초와 전혀 다른 활약을 하고 있다"며 대견함을 감추지 못한다.
타선도 상승세다. 전준우 김주찬 손아섭의 상위타선이 연일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홍성흔 조성환도 회복세다. 사구 부상으로 잠시 빠진 강민호의 빈자리를 장성우가 공-수에 걸쳐 잘 메우고 있고 문규현도 하위타선의 핵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강민호가 돌아오고 이대호의 '홈런 본능'만 되살아나면 롯데는 피할 곳이 없는 지뢰밭 타선이 된다.
양승호 감독의 우선 목표는 역시 4강이다. "남은 34경기에서 5할 승률로 17승을 올리면 가능할 것 같다"고 전망한다.
현재 롯데의 페이스라면 8월말까지 남은 경기를 최대한 많이 치르는 편이 좋다. 최악의 전력 속에 신음하고 있는 KIA와 내분에 휩싸인 SK와의 연전을 치른다는 점도 롯데로서는 호재다. 상위 두 팀과의 맞대결 결과에 따라 롯데는 한 단계 더 높은 목표 조준까지 가능해질 수도 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