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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는 간단하게 김태균을 붙잡을 수 있다. 머리 싸맬 필요 없다. 한화 김승연 구단주의 한 마디면 된다. "잡어!"
타구단 관심, 없지 않다
김태균이 일본 생활을 마친다는 소식이 알려진 27일 적어도 4개 팀 감독들이 이렇게 얘기했다. "당장 명확하게 얘기할 순 없지만 김태균 같은 선수가 시장에 나오면 당연히 욕심이 난다."
물론 한정적일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2004년말 삼성이 심정수와 박진만을 영입하는데 100억원이란 돈보따리를 풀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다. LG가 2007년 이후 박명환 정성훈 이진영 이택근 등을 영입하면서 '공식적으로만' 100억원이 훌쩍 넘는 돈을 들였다. 과연 누가 예상했을까.
시장이 과열될 경우, 한화가 예상을 뛰어넘는 큰 비용 때문에 또한번 곤란한 상황에 놓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한화, 인기 구단 발돋움의 기회
올초 일본에서 돌아온 이범호가 친정팀이 아닌 KIA 유니폼을 입자, 한화 팬들은 구단을 강하게 비난했다. 어정쩡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제대로 된 교섭을 하지 않았기에 이범호를 KIA에 빼앗겼다는 얘기였다. 이제 또한번 한화 팬들이 들썩거리고 있다. 김태균마저 놓친다면 한화를 응원할 이유가 더이상 없다는 자조섞인 푸념도 나오고 있다.
어찌보면 기회다. 2년차 사령탑인 '야왕' 한대화 감독의 걸쭉한 입담, 한국 리그를 사랑하는 용병 가르시아의 호쾌함, 게다가 6월 이후 성적으로 힘을 낸 한화는 시즌 초반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관심을 받는 구단이 됐다.
김태균을 영입하고 또한 박찬호까지 예정대로 데려온다면, 한화는 내년부터 다소 밋밋했던 팀 이미지를 한꺼번에 바꿀 수 있다. 김태균 박찬호 류현진이 한 팀에서 뛴다면 그 자체로 연일 화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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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시즌 종료후 김태균과 이범호가 FA가 돼 일본으로 떠날 때 한화는 자금력 없는 구단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표면적으로는 50억원이니, 60억원이니 하는 얘기들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김태균과 이범호는 훗날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받기 보다는 '다른 구단은 얼마 준대냐'는 얘기가 거의 다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지난 5월 한화 프런트 수뇌부가 교체된 것도 결국엔 팬들의 누적된 실망감이 한꺼번에 폭발한데 따른 결과물이었다고 볼 수 있다.
대부분 프로야구 구단은 독자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예산이 매우 적다. 모그룹의 지원을 받기 때문에, 우선 최대한 적은 금액으로 타협을 본 뒤 그룹에 가서 손을 벌리는 형식이다.
한화의 경우 특히 이게 심한 케이스였다. 과거 한화 소속이었던 베테랑 선수는 "프로는 돈으로 인정받는 부분이 분명 있다. 그런데 한화에 있을 때 그런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만한 사례를 겪지도 보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김승연 구단주의 화끈함, 지금 필요한 때다
그러고보면 간단하다. 구단주인 김승현 한화그룹 회장이 이번 만큼은 화끈한 결정을 내려주면 된다. "김태균 만큼은 실탄 걱정 말고 잡어!"라고 한마디만 해주면 된다. 선수단과 한화 팬들에게 분명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
김 회장은 이달초 한화 선발투수들에게 개별적으로 응원 전보를 보냈고, 1군 코칭스태프와 선수 전원에게 체질별 보약을 맞춰주는 등 선수단에 큰 애정을 보여 화제가 됐다. 평소 야구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시원시원한 결정으로 김태균을 성공적으로 영입한다면 '재계 자산 순위 10위권인 한화가 드디어 야구단에 진정한 관심을 쏟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백화점 명품 코너 매출액 이상의 가치가 이글스에 주어질 것이다.
프로야구 전체에도 효율적이다. 현 시점에서 김태균이 한화에 재입단하는 것 만큼의 전력 분배 효과가 또 있을까. 선수 한명이 움직이는 문제가 아니다. 궁극적으로 구단의 이미지를 확 바꿀 수 있는 찬스다.
김남형 기자 star@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