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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왕'의 쓴소리는 보약이 된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07-04 14:28


한화 한대화 감독. 스포츠조선 DB


앞으로 한화 선수들은 '야왕' 한대화 감독으로부터 야단맞기를 자청할 것 같다.

'야왕'의 쓴소리가 공교롭게 보약이 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한 감독은 경기 시작전 훈련을 할 때 다소 부진하다고 생각되는 선수를 목격하면 쓴소리 한 마디씩 자주 내던진다.

잘못 들으면 감수성이 예민한 선수들은 토라질 수도 있겠지만 한 감독이 특유의 농담을 섞어 날리기 때문에 괜히 선수 기죽일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한동안 쓴소리 처방전을 아껴뒀던 한 감독이 최근 이 비책을 다시 꺼내들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달 30일 SK전이다. 경기를 앞두고 한 감독의 레이더에 무더기로 걸려들었다.

최진행 장성호 정원석이었다. 정원석은 가르시아가 입단하기 전까지 5번 타자였으니 클린업 트리오가 타깃이 된 것이다.

먼저 처방을 받은 이는 최진행. 한 감독은 최진행이 덕아웃에 장비를 챙기러 들어오자 "야, 진행아. 아무개 기자가 너 방망이 좀 잘 치라고 한다. 내가 하는 말이 아니고 기자들이 자꾸 그러네"라고 툭 내던졌다.


당연히 기자들이 그런 말을 한 것은 아니었다. 최진행이 불쾌할까봐 슬쩍 기자를 끼워넣어서 일침을 가한 것이다. 이윽고 정원석이 걸려들었다. 옆에서 장비를 챙기던 정원석이 최진행의 발을 살짝 밟는 바람에 둘이서 장난삼아 티겨태격하고 있었다.

그러자 한 감독은 대놓고 경고탄을 날렸다. "아주 쇼들을 한다. 야구도 못하는 것들이 부상까지 서로 안겨주고 자폭을 해요." 순간 덕아웃은 폭소가 터졌지만 쓴소리를 들은 두 선수는 얼굴이 제법 상기됐다. 독이 오른 것이다.

장성호는 애꿎게 걸렸다. 배팅훈련 뒤 야구공을 정리하고 있던 중이었다. 다른 후배 선수들은 신경쓰지 않는데 고참급이 묵묵히 뒷정리를 하는 모습을 보기 좋았다.

하지만 한 감독은 "야구 잘하면 공 못주워도 되는네. 차라리 뒷정리에 소홀하고 방망이나 잘 치면 얼마나 예쁘겠어"라고 입맛을 다셨다.

쓴소리 약발을 곧바로 나왔다. 최진행은 이날 SK전에서 5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장성호는 5타수 4안타 2득점으로 스리런 홈런 2개를 몰아친 가르시아를 든든하게 받쳐줬다.

정원석 역시 6회 동점 솔로포를 터뜨리며 9대6 승리의 발판을 놓은 것이다. 덕분에 한 감독은 올시즌 처음으로 SK전 2연승을 챙길 수 있었다.

효과는 지난 주말 KIA와의 3연전에서도 이어졌다. 경기는 비록 1승2패로 밀렸지만 장성호는 4할을 , 최진행은 3할8푼5리의 타율을 기록했다.

한 감독은 이전에도 포수 신경현의 빈약한 도루 저지율을 꼬집었다가 한 경기에 도루 2개를 잡도록 하는 등 쓴소리 요법 효과를 톡톡히 봐왔다.

쓴소리 한 번 듣고 야구 잘할 수 있다면 선수들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야왕'은 '이번엔 누굴 자극시킬까'하며 다음 타자를 노리고 있고, 선수들은 왕의 레이더에 걸리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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