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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류중일 감독식 '믿음의 야구'란?

노경열 기자

기사입력 2011-06-30 13:37 | 최종수정 2011-06-30 13:38


삼성 류중일 감독. 조병관 기자 rainmaker@sportschosun.com


삼성 류중일 감독의 스타일은 '믿음의 야구'라고 알려져 있다. 비록 부진한 성적으로 결국 2군으로 내려가긴 했지만 외국인 타자 가코가 주인공인 '나믿가믿' 유행어가 대표적인 증거다. 그렇다면 '류 감독식 믿음의 야구'는 어떤 의미일까. 초보 감독임에도 불구하고 시즌 중반 팀을 1위로 끌어올린 원동력에 대해 직접 들어봤다.

'실패를 두려워말라.' 공수에서 적극적 플레이 끌어내

류 감독식 믿음의 첫번째는 '실책에 대해 문책하지 않는다'이다. 류 감독은 "항상 선수들에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강조한다. 대신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순간 얼마나 집중력 있게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냈는가'다"라고 얘기했다. 프로야구 감독들은 강팀이 되기 위한 기본적인 조건으로 '탄탄한 수비'를 꼽는다. 그런 만큼 경기 중 야수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 이상이다. 자신의 실책때문에 승리를 내줄 경우 자신감을 잃고 타격감까지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다. 시즌 초반 박석민이 비슷한 증세를 겪었다. "나도 유격수, 수비코치 출신이지만 수비실책은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한 류 감독은 "선수들도 실책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지 않는가. 따로 뭐라 할 필요가 없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빨리 잊고 다음 플레이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타격 역시 마찬가지다. "벤치에서도 여러가지 작전이 나가겠지만 결국 타석에는 타자가 선다. 찬스 상황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다 했는데도 아웃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단 그 과정에서 뭔가를 느끼고 와서 그 다음에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류 감독의 생각이다. 결국 이런 태도는 5월말부터 박한이, 박석민, 최형우의 타격감이 살아나는 계기가 됐고 모상기, 조영훈 등 백업멤버들이 주눅들지 않고 활발하게 배트를 휘두를 수 있는 바탕이 됐다.


삼성 류중일 감독. 스포츠조선 DB


스포트라이트는 코치에게.


두번째는 코치진에 대한 믿음이다. 투수 얘기가 나오면 오치아이-김태한 코치 칭찬, 타격 얘기가 나오면 김성래-김한수 코치를 칭찬하는 식이다. 류 감독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취재진으로부터 "선동열 전감독이 이미 만들어놓은 불펜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평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또 장마철 불규칙한 게임일정이 계속 되는데 투수 관리는 어떻게 하는가"란 질문을 받았다. 상당히 민감한 질문이었지만 류 감독은 "선 감독님이 만든 마운드가 맞다"고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사실 난 야수 출신이라 투수를 완전히 파악하기는 아직 힘들다. 그런 면에서 오치아이 코치와 김태한 코치가 정말 투수들 관리를 잘 해주고 있다. 물론 경기 중 기용에 대해서 최종결정은 내가 하지만 그 전에 이들의 얘기를 충분히 듣고 반영한다"며 모든 공을 돌렸다. "사실 선수들과 직접 계속 대면하는 것은 코치들이지 않은가. 고생은 코치가 하는데 어쩌다보니 스포트라이트가 감독에게 몰린다. 코치들이 더 각광받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자신이 모든 것을 관리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빨리 인정하고 코치들을 신임하는 모습이 선수단의 결속력을 다지는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이다.

믿는다. 하지만 스스로 관리하고 발전하라.

그렇다고 류 감독이 마냥 "믿는다"란 말만 반복하는 것은 아니다. 그 저변에는 '스스로 설 자리를 잡아라'는 무서운 경쟁구도가 깔려있다. 배영섭이 그 예다. 중고신인인 배영섭은 29일까지 타율 3할1푼3리, 40득점으로 1번타자의 역할을 200% 수행하고 있다. 올시즌 강력한 신인왕 후보이기도 하다. 하지만 평소 "스프링캠프 때부터 눈에 띄는 훈령량을 보이더니 시즌 들어와서도 정말 잘 해주고 있다"고 칭찬하던 류 감독은 배영섭이 6월말 왼쪽 무릎 부상으로 기운이 빠진 모습을 보이자 직접 불러 "한 두경기 쉬려다가 다른 선수가 그 자리를 꿰차면 다시 기회를 잡을 때까지 오래 걸린다"고 따끔하게 조언하며 집중력을 끌어올렸다. 조영훈, 모상기, 손주인 등 백업멤버들에 대해서도 "조동찬, 채태인, 강봉규 등이 돌아오면 또 밀려날 수 있다.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코치들 역시 비슷한 생각이다. 오치아이 코치는 장마철 투수관리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질문받자 "선수들에게 맡긴다. 자기관리가 안 되는 선수는 프로로서 자격이 없다. 경쟁자들이 항상 있으니까 스스로 관리를 철저히 하라고 말한다"고 밝혔고 김성래 코치 역시 "타격감이란 것은 결국 선수들 스스로 고민하고 훈련하면서 찾아야 한다. 스스로 노력하지 않으면 경쟁자에게 뒤쳐질 수 밖에 없다"며 끊임없이 노력할 것을 강조했다.
노경열 기자 jkdroh@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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