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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에서 왼손타자 양영동은 이대형의 빈자리를 메울 만큼 빠른 발을 가진 선수다. 시즌 초반 양영동은 대주자 요원으로 경기에 나섰다. 지난달 22일 톱타자 이대형이 경기 도중 공에 맞아 부상을 입은 이후 기회를 잡았다. 선발 출전한 4경기에서 12타수 3안타 1타점 2도루. 다른 주전 선수들에 비해 볼품 없어보일 수도 있지만 볼넷을 6개나 얻어내며, '출루'라는 톱타자 최고의 덕목에 충실했다. 며칠 뒤 입은 햄스트링 부상으로 많은 것을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LG로서는 양영동의 가능성을 본 순간이었다.
2006년에 신고선수로 삼성의 유니폼을 입은 양영동은 2007 시즌을 마친 뒤 경찰청 입대를 준비하던 도중 방출 통보를 받았다. 우여곡절 끝에 경찰청에 입단한 양영동은 제대 직전 LG의 부름을 받았다. 하지만 2010년 LG 2군에서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해 정식선수 전환에 실패했다. 양영동은 함께 뛰던 친구의 퇴출을 바라본 뒤 마음을 다잡았다. 이번에도 방출되면 자신의 야구인생은 끝이라고 생각했다. 홀로 뒷바라지해주신 어머니 생각에 이를 악물었다. LG 박종훈 감독은 이런 양영동의 눈빛이 맘에 들었다. 마무리 훈련에서 "눈빛이 살아있다"며 칭찬했다. 결국 정식선수로 전환되는 기쁨을 누린 것은 물론, 개막 엔트리에도 포함됐다.
그는 곧이어 "양영동은 두산에서 뛰었던 전상렬 같은 선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상렬은 92년 삼성에서 데뷔해 방출과 트레이드의 아픔을 겪고 두산에서 주전으로 발돋움했던 선수다. 풀타임 주전으로 활약한 것은 2002년부터 2004년까지 3년 정도지만, 포스트시즌만 되면 날라다니는 두산에 꼭 필요한 '가을 사나이'였다.
박 감독은 "전상렬도 오랜 시간 뒤 주전으로 주목받았다. 타격은 부족하지만, 러닝과 수비가 좋은 것도 비슷하다. 언젠가는 꼭 인정받을 선수"라며 양영동을 칭찬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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