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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이없는 5연속 볼넷 LG의 총체적 딜레마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1-06-17 22:10


LG 박종훈 감독. 스포츠조선DB

LG 박종훈 감독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을 거다.

마운드 위에는 어쨌든 믿고 있는 마무리. 바꿀 투수는 마땅치 않았다. LG의 불펜 딜레마가 총체적으로 드러난 장면이었다.

LG의 투수교체는 순조로웠다. 7회2사까지 선발 주키치가 SK 타선을 완벽히 봉쇄하며 단 1점으로 막은 상황. 이후 김선규와 이상열이 원 포인트릴리프로 제 몫을 다했다.

9회초 1사 4-1 리드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린 투수는 신인이지만 배짱있는 투구로 팀내 마무리를 담당하고 있는 임찬규. LG가 대타로 나선 박 감독의 아들이자 SK 내야수 박 윤을 삼진으로 돌려세울 때만 해도 LG의 낙승이 예상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임찬규는 다음 타자 박진만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한 뒤 갑자기 난조에 빠졌다. 제구력이 미친듯이 헝클어졌다. 마치 스트라이크를 넣지 못하는 '스티브블래스 증후군'을 겪는 선수처럼 볼을 스트라이크 존으로 통과시키지 못했다. 2사 1, 2루 상황에서 자칫 홈런이면 동점이 될 수 있다는 부담감이 컸다. 때문에 자신의 주무기인 직구를 더욱 세게 던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많았다.

이후 상황은 거짓말 같았다. 조동화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정근우 박재상에게 연속으로 볼넷을 허용했다. 그러나 박 감독은 투수를 교체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LG 벤치에는 믿고 교체할 투수가 없었다.

다음 타자인 SK 최 정은 초구를 노렸다. 한 가운데 들어온 직구를 그대로 노려쳤는데, 파울이 됐다. 그러자 임찬규는 더욱 움츠러들었다. 결국 또 다시 볼넷을 허용했다. 믿을 수 없는 4타자 연속 볼넷.

스코어는 4-4 동점. 박 감독도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 결국 임찬규를 내리고 이대환을 내보냈다. 그러나 이대환 역시 이호준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박정권에게 우전 적시타까지 맞았다.

4-7 역전. 포수요원을 다 쓴 SK는 3루수 최 정이 포수 마스크를 쓰는 진풍경도 보여줬다. 2006년 6월13일 잠실 두산전 이후 처음이었다. 그러나 SK는 정우람을 마운드에 투입, 그대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SK와 LG의 모습이 극적인 대비를 이룬 승부처. 5연속 볼넷으로 4점을 내리 내준 것은 프로야구 출범 이후 처음이다. 박 감독은 너무나 어이없는 상황에 아무런 말없이 덕아웃을 떠났다. 잠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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