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화 에이스 류현진은 14일 KIA전에서 무려 11개의 탈삼진을 잡아내며 승리투수가 됐다.
KIA 에이스 윤석민에 이어 류현진도 파워 피칭의 묘미에 푹 빠져들고 있다. 강속구가 강속구를 부른다.
알고도 못치는 마구는 강속구 뿐
타자들이 절대 칠 수 없는 변화구 마구는 없다. 겨우내 신종 변화구를 개발한 윤석민은 최근 웃으며 "내 마구는 슬라이더"라고 말했다. 신종 변화구보다 기존의 강력한 주무기인 고속 슬라이더의 범타 확률이 훨씬 크다는 점을 암시하는 농담이다.
어떤 변화구도 끊임 없이 발전하는 타자들의 배트를 피해갈 수 없다. 진정한 변화구 마구가 있다면 언터쳐블 구원왕이 될 것이다. 하지만 현살에서 정상급 마무리 투수는 대부분 파워 피처다.
변화구는 직구 속에 기생한다. 강력한 직구를 기준으로 스피드 차이와 각도 차이가 현혹 여부를 결정한다. 진정 알고도 못치는 마구는 정교하게 제구와 볼끝으로 무장한 강속구 뿐이다.
삼성 '수호신' 오승환을 비롯한 마무리 투수 상당수가 강속구 위주의 투피치, 쓰리피치 투수인 이유가 이를 간접적으로 설명한다.
때론 독이 되는 팔색 변화구
류현진과 윤석민은 다양한 구종을 손쉽게 던질 줄 아는 투수들. 하지만 때론 여러가지 종류의 변화구가 독이 될 때가 있다.
이공 저공 두루 구사하면서 비교적 편안하게 이닝을 늘려가는 허허실실 투구법. 재미 있다. 단기적으로 효과도 있다. 워낙 직구가 좋은 투수들이란 이미지가 있어서 변화구에 쉽게 손이 나간다. 투구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경기 초반 변화구 구사 비율이 높은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가 될 수 있다. 타자들이 분석을 통해 서서히 적응을 하기 때문이다.
때로 투수들은 한 경기 내에서도 당혹스러운 경험을 한다. 변화구를 실컷 던지다 정작 허를 찌르는 강속구를 던지려고 할 때 덜컥한다. 스스로 느끼는 100% 힘있는 공이 안 던져질 때가 있기 때문이다.
게임 중에도 스스로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극단적으로 말해 '강한 직구 던지는 방법을 잠시 잊었다'고 할 정도다. 당연히 밀려야할 볼이 배트 중심에 맞아나가는 경우. 변화구를 많이 사용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셈이다.
MBC 스포츠+ 양상문 해설위원은 "체인지업, 포크볼 등 이것저것 다 던지다보면 정작 위닝샷이 평범해지기 마련"이라며 "주종이 구사가 잘 안되는 날이 있다. 예비용 변화구는 그럴 때를 대비해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직구와 주무기의 위력이 좋은 날이라면 굳이 이것저것 변화구를 많이 섞을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날 좋은 구종의 위력을 지키기 위해서다.
강속구가 강속구를 부른다
강속구는 강속구를 부른다. 한 경기 내에서도 마찬가지다.
힘이 떨어질 법한 경기 후반, 오히려 초반보다 더 힘있는 강속구를 던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경기를 치르면서 어깨가 강속구 메커니즘에 스스로 적응을 한 결과로 보면 된다.
직구는 팔꿈치와 어깨에 무리가 가장 덜 가는 구종이다. 가장 자연스러운 어깨 회전을 가능하게 하는 이상적인 스로윙 법이기 때문이다. 양상문 위원은 "강속구 위주의 피칭을 하면 변화구도 스피드가 늘어난다. 피칭은 결국 같은 메카니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파워 피처에게 변화구는 직구를 떠받치는 보조 도구로서의 용도가 알맞다.
대한민국 최고의 투수들인 류현진 윤석민은 새삼 이 점을 깨닫고 있다. 좌-우를 대표하는 국보급 듀오의 피칭 패턴을 유심히 관찰하는 것은 야구 관전의 또 다른 재미가 될 수 있겠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