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계속 그들을 고집하는지 의문이 든다.
롯데 코리부터 보자. 시즌 초반 안정된 제구력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38세의 나이로 인한 체력이 문제가 돼 5월부터는 마무리로 보직을 바꿨다. 성공하나 싶었지만 결국 이마저도 실패다. 7차례의 세이브 기회에서 3번만 성공했고, 4번은 동점이나 역전을 허용했다. 최근 10경기서 안타를 내주지 않은 것이 딱 1경기 뿐이었다. 2일 부산 넥센전서는 9-10으로 역전당한 뒤 2사 1루서 불을 끄기 위해 등판했지만 데뷔 첫 타석이었던 허도환에게 우중간 1타점 2루타를 맞았다. 롯데가 9회말 1점을 쫓아갔기에 코리의 부실한 마무리가 더욱 아쉬웠다. 우승하기 위해 마운드를 강화한다며 가르시아를 버리고 데려온 코리였다.
양승호 감독조차 "지금으로선 믿음을 갖기가 힘들다"고 하지만 구단에선 아직 퇴출 의사가 없다. 롯데 배재후 단장은 "외국인 선수 리스트는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코리를 다른 용병으로 교체할 생각은 없다. 좀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유이한 타자 용병인 가코와 알드리지도 웬만한 토종 주전보다 못한 성적표를 받고 있다. 가코는 타율2할4푼7리에 23타점을 기록하고 있다. 거포로 알고 데려왔지만 두 달 동안 홈런이 달랑 1개 뿐이다. 알드리지도 마찬가지. 홈런은 5개를 쳤지만 타율이 2할3푼5리로 부끄러운 수준이다. 특히 주자가 있을 때 2할2푼6리로 오히려 타율이 더 떨어졌다.
이런 선수들에 대한 각 구단의 반응은 하나같이 "좀 더 지켜보겠다"이다. 그러면서 뒤로는 새로운 용병을 찾고 있다. 이들로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바꾼다고 해도 새 선수를 찾을 동안 많은 돈을 주고 데려온 선수를 안 쓰기도 힘들다. 가끔은 제몫을 할 때도 있어 헷갈리게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기대에 못미칠 때가 훨씬 더 많기 때문에 결국은 후회를 한다.
기량이 떨어지는 용병을 쓰느니 차라리 퇴출시키고 그 자리에 국내선수를 한 명 더 키우는 편이 당장을 위해서나, 미래를 위해서도 훨씬 이익이 아닐까. 그래서 페르난도를 2군으로 보낸 두산의 용단이 반갑다.
한국야구는 2006, 2009년 WBC와 2008년 베이징올림픽 등 국제대회에서 세계 정상급 수준임을 확인시켰다. 한때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용병들이 한국에서 보통 이하의 성적을 내는 것은 그만큼 한국야구의 수준이 몰라보게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예다. 결국 함량 미달 선수를 계속 뛰게 하는 것은 기껏 높여놓은 한국 야구의 수준을 오히려 떨어지게 하는 길일 뿐이다.
외국인 선수 도입 취지는 팀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고 전력을 강화해서 팬들에게 질 높은 야구를 보여주기 위함이다. 그러나 '무늬만 용병'은 국내 선수들의 기회를 막는 걸림돌일 뿐이다. 이들을 그라운드에 계속 내보내고 있는 팀들은 과연 팬들에게 좋은 야구를 보여주고 있는 건지 진지하게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
◇'무늬만 용병' 성적표(2일 현재)
구단 | 선수 | 성적 |
SK | 매그레인 | 2승3패 방어율 4.38 |
롯데 | 코리 | 3승2패 3세이브 1홀드 방어율 3.62 |
두산 | 페르난도 | 1패 방어율 9.68 |
삼성 | 가코 | 타율 0.247 1홈런 23타점 |
넥센 | 알드리지 | 타율 0.235 5홈런 26타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