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우기자의 제철미식기행=간재미>

    기사입력 2017-02-13 16:02:10

    간재미찜
    추운 날씨에 그리워지는 미식거리가 있다. 간재미다. 생김새가 홍어와 비슷하지만 크기가 작고 맛도 견줄 만 해 겨울~초봄 사이 별미로 통한다. 일명 '갱개미' '상어가오리'로도 불리는 간재미는 홍어와 같은 홍어 목의 어종이다. 하지만 몸집이 솥뚜껑만한 흑산 홍어(참홍어) 보다는 작은 심해성 어종이다.

    굳이 '겨울 간재미'로 불리는 것은 바닷물이 따뜻해지면 육질이 얇고 질겨지는 데다 뼈도 단단해져서 특유의 오돌오돌한 맛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업도 연중 12월~4월 사이 집중된다.

    홍어 사촌격의 '간재미'는 흔히 탕, 무침, 회, 찜 등으로 쫄깃 담백한 육질을 즐긴다. 홍어류는 싱싱한 것도 맛있지만 삭혀 먹어도 풍미가 있다. 간재미 역시 홍어만큼이나 체내 요소 성분이 많다. 요소는 바다 밑바닥에 사는 홍어나 가오리가 삼투압을 조절하는데 필요한 성분이다. 특히 이 요소가 발효를 돕는 한편, 그 과정에서 톡 쏘고 쿰쿰한 암모니아 냄새로 바뀌어 특유의 맛을 내는 데에도 한몫을 한다.

    간재미는 갯벌이 발달한 해역에서 주로 서식한다. 뻘 속의 갑각류, 미네랄 등으로 먹이활동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숭어가 잘 잡히는 곳이 간재미 어장과도 겹친다. 충남 태안의 안면도 백사장포구나 안흥항을 비롯한 천수만, 서천 월하성 앞바다, 전북 부안 격포, 전남 신안 해역 등이 주어장인 이유다. 간재미는 주로 산란을 앞둔 시점에 살이 오르고 뼈도 연해서 맛이 가장 좋을 때다. 따라서 이 무렵 자망이나 생새우를 미끼로 한 주낙으로 잡는다.

    간재미회
    간재미는 예로부터 '가오리'라고 통칭했다. '자산어보'를 비롯해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조선시대의 여러 고서에 '분어', '가올어' 등으로 적혀 있는가 하면 '동의보감' '성호사설' 등에는 "꼬리 끝에 독기가 있어 사람을 쏜다"고 소개하고 있다.

    간재미는 춥고 눈 올 때 살아 있는 싱싱한 것을 막 조리해 먹는 게 일품이다. 일반적으로 회, 무침, 탕, 찜 등으로 내놓는데, 생물은 삭힌 홍어처럼 톡 쏘거나 생선 특유의 비린 맛이 없어서 평소 회를 즐기지 않는 이들도 쉽게 입맛을 붙일 수 있다.
    충남 태안 백사장 포구의 간재미 조업배
    활어 회는 껍질에 붙은 끈적끈적한 점액질과 껍질을 함께 벗긴 후 살과 뼈째 알맞게 썰어 초고추장, 참기름 소금장을 찍어 먹는다. 오들오들 담백한 게 씹을수록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무침은 고추장에 식초와 참기름, 대파, 배, 오이, 미나리 등을 썰어 넣고 발갛게 버무려 상에 올리는데, 매콤 새콤한 양념과 쫄깃, 오돌오돌 씹히는 맛이 어우러져 식욕을 돋운다.

    한 마리를 통째로 쪄내는 찜도 즐겨 먹는다. 양념이 밴 속살과 연골이 입에서 사르르 녹듯 부드럽게 넘어간다. 생물은 이처럼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고, 말린 것은 쫄깃한 식감이 풍미를 더해 중독성이 있다.

    간재미를 먹을 줄 아는 포구 사람들은 주로 탕을 찾는다. 싱싱한 간재미를 토막 내 신 김치와 함께 넣고 푹 끓여낸 국물 맛이 얼큰 시원하다. 특히 여느 매운탕에서는 찾을 수 없는 개운한 뒷맛이 특징인데, 숙취해소에도 그만이다. 탕 속의 간재미 육질도 무슨 닭고기처럼 보들보들 쫄깃 거리는 게 일미다.

    남도에서는 간재미로 어죽도 쑤어 먹는다. 보드라운 쌀알과 간재미살, 그리고 오들거리는 간재미 연골이 어우러져 독특한 식감을 자아낸다.
    김형우 문화관광전문 기자 hwkim@sportschosun.com

    • 기사리스트
    • |
    • 기사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