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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가 국내 프로스포츠 가운데 가장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비결은 철저한 연고제와 라이벌 구도의 형성이었다. 부정적인 의미로 많이 쓰이는 지역감정은 프로야구와 교묘하게 결합돼 야구열기를 높이는 데 큰 공헌을 했다.
여기에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라이벌 구도의 형성이었다. 창단 때부터 최강 팀으로 꼽혔던 삼성, 그리고 야구판을 지배한 해태는 경상도-전라도의 지역감정이 더해지면서 라이벌이 됐다. 또한 삼성과 롯데는 같은 경상도임에도 불구하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며 치열한 가을야구 전설을 수놓았고 LG와 OB도 잠실 라이벌로 프로야구를 더욱 뜨겁게 했다.
두 번째는 '사건'이 있으면 된다. 9구단 창단 과정에서 격렬한 반대를 했던 롯데와 NC가 좋은 예다. 롯데가 터줏대감으로 자리 잡고 있던 경남지역에 NC가 들어서게 되고, 이 과정에서 두 구단은 앙금이 생겼다. 롯데는 애써 "역사와 성적을 봐도 NC가 아직 우리의 라이벌이라고 하는 건 이르다"고 말하지만 내심 구단 고위층부터 팬들까지 NC를 견제하는 마음은 같다. 최근 형성된 LG와 넥센의 라이벌 관계도 마찬가지다. LG는 팀 재정이 어려웠던 넥센으로부터 연달아 선수를 영입했고, 넥센 선수들은 'LG 전만은 반드시 이긴다'는 각오로 경기에 임하게 됐다.
마지막으로 연고나 모기업 관계에서 라이벌 구도가 만들어질 수 있다. 가전제품을 앞세워 세계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는 삼성과 LG는 야구장에서 대리전을 벌인다. 두 팀의 맞대결은 팬들보다 그룹 내부에서 더 관심을 가진다는 말까지 있다. LG와 두산, 롯데와 NC처럼 같은 연고에 있는 팀들이 라이벌을 형성하기도 한다.
2013년 NC의 1군 진입으로 격화되고 있는 프로야구 라이벌 구도, 여기에 더욱 큰 파문이 일어날 가능성이 생겼다. 6일 KT는 경기도청에서 수원시-경기도와 10구단 창단 추진을 공식 선언하고 양해각서(MOU)에 사인을 했다. 그동안 '설'만 무성하던 상황에서 드디어 공식화 된 것이다. 수원은 10구단 창단 추진 과정에서 100만명이 넘는 인구, 대기업 KT를 등에 업게 돼 이변이 없다면 무난하게 프로야구 10번째 식구가 될 전망이다.
2015년 1군 진입을 목표로 세운 KT는 당장 SK와 라이벌 구도를 만들고자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신생구단이 이름값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구단과 경쟁체제를 갖추는 게 가장 쉬운 방법이다. KT와 SK는 라이벌을 형성하기에 여러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일단 모기업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통신사다. KT가 1군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다면 SK전에 더욱 전력을 쏟을 것이다.
만약 KT가 새 감독으로 김성근 고양 감독까지 영입하면 더욱 걷잡을 수 없이 라이벌 구도는 굳어질 것이다. 이석채 KT 회장은 "인간이 의지를 갖고 훈련을 받는다면 한계를 넘을 수 있다. KT가 프로야구의 질적 저하를 불러오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마침 이 회장은 통합 KT 출범식이 있었던 2009년 당시 SK 감독이던 김 감독의 이야기를 성공한 경영사례로 꼽아 연설에서 언급한 적이 있었다.
지리적인 요건도 좋다. 올해 6월 1차 개통된 수인선은 2015년 인천과 수원을 완벽하게 잇게 된다. 이에 발맞춰 수원시는 수원야구장 바로 옆을 지나는 전철역명을 'KT-수원야구장역(가칭)'으로 정하겠다고 밝혔다. 뉴욕 양키스와 메츠가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듯 KT와 SK 팬들 역시 전철을 통해 오가는 게 가능하다.
건강한 라이벌 의식은 프로야구에서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KT, 그리고 수원시는 KBO 이사회가 정한 새 구단 창단 요건을 모두 갖췄다. 이제 KBO 이사회의 승인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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