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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처절하게 웃기다가 처절하게 슬프고 잔혹하다.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지독한 우화가 추석 극장 호기롭게 문을 두드렸다.
한국 영화가 방화로 불리고 서슬 퍼런 대본 검열을 통과해야 영화를 찍을 수 있었던 70년대 유신 시절을 배경으로 한 풍자극 '거미집'은 지난 5월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으로 초청돼 화제를 모았다. 특히 '거미집'은 '조용한 가족'(98) '반칙왕'(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08, 이하 '놈놈놈') '밀정'(16)으로 호흡을 맞춘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다섯 번째 만남으로, 추석 극장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개봉을 보름여 앞두고 고(故) 김기영 감독의 유족들로부터 영화상영금지 가처분 소송을 당하면서 난감한 상황이 발생됐다. 김기영 감독의 유족들은 지난 13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60부(임해지 부장판사) 첫 번째 심문 기일에서 '거미집'의 송강호가 연기한 주인공 김열 감독 캐릭터를 문제 삼았다. 유족에 따르면 고인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며 영화와 캐릭터를 통해 고인을 부정적으로 묘사, 인격권과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잡음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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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것이다. 김감독의 모습은 수없이 마주하는 난관과 역경이 보이는데 이걸 어떻게 돌파하는지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나는 오래 전부터 앙상블 코미디 작품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걸 '거미집'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하나의 티켓으로 두 편의 영화를 볼 수 있는 매력도 있다"며 "데뷔작 '조용한 가족' 때도 생소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새로운, 독특한 영화를 기다리는 관객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니크하고 색다른 영화다"고 밝혔다.
이어 "'거미집'은 현시대를 말하는 영화는 아니다. 시대의 풍자와 풍속을 재미있게 전달하려는 영화다. 현재 시사적인 부분과 관련은 없다. 당시 대중 예술 영화의 검열이 엄청난 억압 장치였는데 그런 역경과 난관을 극복하고 꿈을 실현시키는 사람들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투영한 '거미집'에 대해 "실제로 영화 속 김감독이 하던 이야기가 실제 내가 현장에서 하는 말과 비슷한 것 같다. '놈놈놈'까지 배우들이 시나리오가 가혹하다고 말 할 정도로 배우들에게 혹독한 고생을 시키는 감독으로 유명했다. 나는 질량 총량의 법칙을 믿는다. 힘들고 어렵게 찍은 장면이 그 에너지가 온전히 화면에 담긴다고 생각한다. 과거 내 영화를 보면서 정말 혹독하게 촬영했더라. 그때 느꼈던 감정, 쏟아낸 에너지가 생각이 났다. 그런 감정을 김감독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 과거에는 광기라고 보여질 정도로 치열하고 어렵게 촬영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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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집'은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등이 출연했고 '인랑' '밀정' '악마를 보았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27일 개봉한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