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완성차업계가 차랑용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과거 자동차 경쟁력이 엔진 등 하드웨어 중심이었다면 향후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가 차량 성능을 결정짓는 요소가 될 전망이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설치에 따라 자동차의 주행ㆍ안전ㆍ편의·사후관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완성차업계는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됐던 국제전자제품박람회2023(CES2023)에 참가해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 이른바 SDV(Soft ware-Defined Vehicle) 기술력을 뽐냈다. 달리는 컴퓨터에 가까운 차량을 얼마나 구현하는지가 소비자의 선택 기준이 될 것이란 게 이유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2025년까지 전 차종을 SDV로 전환한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18조원가량 투자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첫 시작으로 자율주행 스타트업 포티투닷(42dot)을 인수했고, 소프트웨어 역량 개발의 구심점 역할을 할 글로벌 소프트웨어 센터를 설립했다. 인력확보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SDV는 자율주행부터 엔터테인먼트적 요소,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한 자동차 성능 강화 등 사후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크로스오버 쿠페 모델로 넓은 실내 공간,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실용성, 고속 충전기술 등 아우디가 보유한 최신 기술을 담았다. 특히 현실과 디지털 세상을 통합하는 '아우디 디멘션' 시스템을 탑재했다.
아우디 디멘션은 운전자와 탑승자가 각기 착용한 혼합현실 헤드셋을 통해 자신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개별적으로 제공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사용자가 특정 대상에 시선을 집중하면 시스템이 구체적인 정보를 디스플레이에 표출하는 등 최첨단 소프트웨어 기술을 바탕으로 구현된다.
소니와 혼다의 합작사인 소니혼다모빌리티와 BMW는 CES2023에서 전기차 기반에 자율주행 등 소프트웨어를 활용한 기술을 소개했다.
소니혼다모빌리티의 첫 모델 '아필라'는 자율주행·증강현실 등을 앞세워 전면에 '미디어 바' 디스플레이를 설치, 운전자에 따라 게임 등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며 '바퀴 달린 플레이스테이션'을 선보였다.
BMW는 'I 비전 디'를 통해 차체 색상을 실시간으로 바꾸는 'E-잉크', 음성 언어로 운전자와 대화하며 그릴 모양을 변화시켜 감정을 표현하는 기능 등 운전자와 차량 간 개인적 관계를 강조하는 기술을 선보였다. 특히 운전 중 증강현실을 이용한 정보 제공과 가상 현실까지 구현하는 기능도 소개했다.
일부 글로벌완성차업계와 구글과 아마존 등의 인공지능 비서 서비스를 활용, 소비자 편의성을 높이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SDV 기술력은 향후 글로벌완성차업체 간 시장점유율 경쟁에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편리성을, 회사 입장에서는 제품 판매와 사후 관리에 국한됐던 수익모델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등으로 확대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기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