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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초점]원태인에 쏟아지는 기대와 우려, 구창모가 아프지 않았다면

노재형 기자

기사입력 2021-05-17 09:16


올해 삼성 라이온즈 에이스로 떠오른 원태인은 투구시 왼쪽 팔꿈치를 어깨보다 높게 올리면서 인버티드 W 형태를 만들어 한층 안정된 밸런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 '5승-0.75-52K vs. 6승1패-1.00-47K.'

마치 메이저리그에서 사이영상 경쟁을 벌이는 투수 둘의 기록을 비교해 놓은 듯하다. 이는 각각 지난해 전반기 최고의 선발투수 NC 다이노스 구창모(24)와 올해 KBO리그 마운드를 평정한 삼성 라이온즈 원태인(21)의 시즌 첫 7경기 성적이다. 누가 더 낫다고 할 것도 없다. 대한민국 야구의 든든한 자산들이자 미래다.

두 '영건'은 공통점이 많다. 선발로 어느 정도 경험을 쌓은 뒤 최고의 에이스로 올라선 둘은 평균 140㎞대 중반의 묵직한 직구와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커브 등 변화구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포피치 스타일이다. 양팀에 따르면 성실한 훈련 자세와 침착하고 낙천적인 성격도 비슷하다. NC는 지난해 전반기 구창모의 호투 덕분에 페넌트레이스 우승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고, 삼성은 원태인의 맹활약에 올시즌 초반 선두로 올라선 형국이다. 지난해에는 구창모가 도쿄올림픽 대표팀 에이스 후보로 각광받았고, 올해는 원태인이 김경문호의 1선발감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지금 두 투수는 처지가 사뭇 다르다. 원태인은 4월 월간 MVP에 오르는 등 시즌 초반 승승장구하는 반면 구창모는 지난해 후반기 생긴 팔 부상으로 아직 로테이션에 합류하지 못하고 있다. 두 선수 모두 7월 23일 개막하는 도쿄올림픽 야구대표팀 사전 등록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구창모는 최종 엔트리에도 오를 지 불투명하다. 구창모가 올해 건강한 몸으로 시즌을 시작했다면 새로운 영건 라이벌 시대가 열렸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나온다.


지난해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 나선 NC 다이노스 구창모. 허상욱 기자
다행히 구창모는 이제 막 불펜피칭을 시작하는 단계까지 왔다. 캐치볼과 롱토스, 평지 피칭을 실시한 뒤 통증이 사라진 상태. NC 이동욱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사진상 골밀도 수준이 이전보다 많이 좋아졌다. 의학상으론 문제가 없는데, 본인 스스로 (통증을)이겨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며 "아프지 않아야 한다. 김경문 감독님이 창모를 언급하는 걸 봤는데 전제는 몸 상태가 괜찮아야 한다"고 밝혔다.

NC는 구창모의 복귀 시기를 아직 구체적으로 잡지 않고 있으나, 2군 피칭까지 감안하면 이달은 넘겨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창모의 부상이 장기화됨에 따라 원태인에게 쏟아지는 기대와 걱정은 더 클 수밖에 없다. 올림픽 참가 문제가 아니라 KBO리그 미래에 관한 얘기다. 혹여 원태인도 무더위가 찾아오면 몸에 탈이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4월 MVP에 오른 원태인에 대해 "이제 20%를 했을 뿐이고 남은 80% 시즌도 잘 치렀으면 좋겠다"며 "워낙 성실하게 준비하는 선수니까 초심을 잃지 않고 부상 없이 시즌 끝까지 잘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원태인이 올해 성장한 이유로 직구 스피드 증가, 완벽한 슬라이더 장착에 투구폼 안정 등이 꼽힌다. 투구시 왼쪽 팔의 높이를 높이면서 양팔을 '인버티드 W(양팔 모양이 W를 거꾸로 한 형태)'에 가깝게 만들어 투구폼이 더욱 부드러워졌다는 분석이다. 그만큼 부상 위험과 체력 부담을 줄인 것이다.

그러나 게임을 치를수록 승수와 평균자책점, 탈삼진 등 보이는 수치들이 늘어나면서 원태인도 욕심을 부려 무리할 수 있다. 허 감독은 이를 경계하고 있다. 원태인에게 구창모는 '타산지석'이 될 수도 있는 셈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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