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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짜 재밌게, 즐겁게 했어요."
최 감독과 포항의 동행도 아쉽게 막을 내렸다. 최 감독은 포항의 레전드다. 포항에서 선수생활을 한 최 감독은 지도자도 포항에서 출발했다. 1993년 포항 코치로 출발해 1999년 포항 2군 감독, 2000년 1군 감독대행을 거쳐 2001년 포항 정식 감독에 선임됐다. 2004년 포항을 떠난 최 감독은 2016년 전격적으로 컴백했다. 당시 강등 위험에 있던 포항을 잘 추스리며 9위로 1부리그에 잔류시켰다. 2017년 7위로 아쉽게 상위스플릿 진출에 실패했던 포항은 2018년 화끈한 공격축구를 앞세워 4위까지 올랐다. 최 감독은 포항과 재계약하며, 명가 재건을 다짐했다. 송라 클럽하우스에 체력증진실을 짓는 등 경기장 안팎에서 많은 변화를 이끌었다. 최 감독은 "내가 이렇게 다시 포항에 올줄 몰랐다. 정해진 기간 동안 팀을 전체적으로 안정 시키려 했고, 자신도 있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다했고, 다 해줬다"고 했다.
하지만 결국 성적이 발목을 잡았다. 사실 최 감독은 올 시즌을 앞두고 많은 자신감을 내비쳤다. 지난 3년간 공을 들인 조직력을 바탕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 더 나아가 우승까지도 노려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개막 전 중원의 핵이었던 채프만이 석연찮은 이유로 팀을 떠나며 흔들리기 시작했다. 중원이 틀어지며 다른 포지션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설상가상으로 야심차게 영입한 포워드 데이비드가 기대이하의 모습을 보였고, 김승대와 짝을 이룬 이진현 이석현 등이 부상과 부진을 반복했다. 최 감독은 "선수구성부터 꼬였다"고 아쉬워했다. 최 감독은 젊은 선수들을 전면에 내세우며 반등을 노렸지만, 끝내 팀을 살리지 못했다. 다시 한번 강등의 위험을 느낀 포항은 발빠르게 변화를 택했고, 결국 최 감독을 경질하기도 했다. 최 감독은 "성적은 기다리면 되는데, 조금만 참자고 했는데 어쩔 수 없다. 감독, 팀, 팬 세개의 축이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니까 이해해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한편, 후임은 김기동 수석코치가 유력하다. 역시 레전드 출신으로 팀을 잘 아는데다, P급 라이선스까지 보유하고 있어 팀을 이끄는데 문제가 없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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