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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닥터]'구내염'으로 생각해 방치했는데 '구강암'?

이규복 기자

기사입력 2018-05-17 10:56




명훈 서울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

혀에 생긴 궤양이 잘 낫지 않아 대학병원 치과를 방문한 김모씨(47)는 조직검사 결과 '구강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받았다. 김씨는 "담배를 많이 태우는 노인들에게나 발생하는 줄 알았던 구강암이, 담배도 안 피우고 건강에는 자신 있는 나에게 생겼다니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더욱 안타까운 사실은 김씨의 구강암이 이미 목 쪽으로 전이된 말기라는 점이다. 입안의 멍울은 3개월 전에 발견했다. 하지만 과로로 인해 생긴 구내염으로 생각했고,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없어질 것으로 여겨 방치한 것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은 것이다.

김씨는 처음엔 별로 아프지도 않았고, 조금 아프기 시작할 때는 약국에서 약을 사먹으며 버텼다. 상태가 심해져서 찾아간 동네 치과원장이 대학병원이나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를 찾아가서 조직검사를 받아보라고 권유한 것을 무시한 것이 조기치료의 시기를 놓치게 된 결정적인 잘못이었다.

결국 시간이 지나도 낫지 않고 궤양이 계속해서 멍울처럼 커지고서야 필자를 찾아왔고, '설암'으로 진단받아 혀의 절반을 잘라내야 했다. 이후 이식을 동반한 암절제수술과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다.

구강암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모든 암중 약 4% 정도를 차지한다. 하지만 5년 생존율이 60% 미만인 악성도 높은 암이기 때문에 빠르게 발견해 절제부위를 최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입술과 볼점막, 혀에 나타나는 구강암은 초기에는 통증이 없기 때문에 병원을 찾아가는 경우가 드물다. 또, 구내염처럼 보여 자가진단과 치료를 하다가 암이 많이 진행된 후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구강암은 입과 턱, 얼굴 부위에 생기기 때문에 다른 암에 비해 수술이 위험하고 수술 후에도 먹고 마시고 말하는 기능이 저하돼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한다. 또, 외모나 발음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신체적, 정신적 후유증으로 인한 고통은 다른 암보다 더 심각하다.

구강암을 구내염으로 스스로 판단해 질환을 방치하지 않고, 병소가 커지기 전에 병원을 방문한다면 수술부위를 최소화할 수 있지만, 뒤늦게 발견하면 대형수술이 불가피하다.


구강암은 동네 치과에 가서 입안을 자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조기에 발견할 가능성이 높다. 2주 이상 지속되는 궤양이나 멍울이 관찰되면 치과에서 조직검사를 권고하기 때문이다.

구강암의 가장 확실한 진단법은 입속 병소 부위를 조금 떼어내 조직검사를 시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간혹 조직검사를 위해 채취하는 병소 부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조직검사는 구강악안면외과 전문의에게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명훈 서울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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